잘 사는 사람은 으리으리한 호화 주택에 잘 가꾸어진 정원이며 제법 값이 나가는 가구에 묻혀 살고 있다. 거기다 고급 외제 승용차에 명품들로 휘감겨 사는 생활이니 세칭 세인들의 얘기로 부러울 것 없이 사는 사람들이라 하겠다.
못 사는 사람은 사글셋방 전세방 신세를 면치 못하며, 심한 경우는 기거할 집조차 없어 걸인으로 떠돌아다니는 사람도 있다. 이것도 아니면 측은하게도 노숙자 꼬리표를 달고 전전긍긍하는 사람들도 있다. 빈익빈부익부(貧益貧富益富) 현상에서 오는 진풍경이니, 우리의 마음을 안타깝게, 아프게, 하고 있다.
우리 주변엔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용광로 가슴으로 살아 존경받는 사람도 있지만, 돈은 많은데 냉혈 가슴 수전노로 살아 구설수에 오르는 사람도 있다.
또 가진 것도, 베풀 것도, 없지만 인격만은 향기를 풍기며 칭송받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보미 엄마와 순식이 아버지 같은 장삼이사(張三李四)들 가운데에는 잘 살고 못 사는 물질적인 것, 그걸 잣대로 삼아 인품도 그에 비례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다시 말해 돈 많은 사람은 그에 비례하여 인품도 훌륭하고, 가진 게 없는 거지같은 사람은 인품도 거지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돈이 있고 없음을 기준으로 인품을 따지는 형이하학적 사람들이니 한심하지 않을 수 없다.
세인들 중에는 가진 것도 많은 데다 인품까지 훌륭하여 우러름의 대상으로 사는 분도 있다. 반면에 빈자로 살아도 인품은 명품 인품으로 사는 사람도 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적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지구촌 곳곳에는 어디를 가든지 가진 것이 없어 거리를 누비며 걸인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인터넷상에 떠도는 미국 거지 실화 하나를 예기해 보겠다.
큰 백화점 입구에 한 거지가 구걸하고 있었다. 그는 예순 살 정도의 노인이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흰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으며 그 머리에는 지난 밤 길바닥에 누워 잤는지 잡초가 붙어 있기까지 했다. 그래도 그는 미소 짓는 얼굴로 두 손을 앞으로 내밀며 구걸하고 있었다.
어느 날 여섯 살쯤 돼 보이는 한 어린이가 거지에게 다가와 옷자락을 잡아 당겼다. 거지가 손을 내리며 쳐다보니 예쁜 꼬마 여자 아이가 조그마한 손에 무엇을 내밀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거지는 허리를 굽혀 꼬마 손안에 있는 동전 한 닢을 받아들었다. 거지 손바닥에는 1유로(EURO) 동전 하나가 들려지게 되었다. 거지는 온 얼굴에 가득히 주름살을 만들어가며 환하게 웃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무엇인가 주머니에서 꺼내어 돌아서려는 아이에게 쥐어 주었다.
아이는 기뻐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저만치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에게 귀여운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의 엄마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딸아이의 손에는 1유로짜리 동전 두 닢이 쥐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거지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우리 아이가 드린 것은 겨우 1유로짜리 한 닢인데 그걸 도로 돌려 주셨군요. 오히려 당신의 유로 한 닢을 더 보태서 말예요.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다시 가져왔어요."
아이의 엄마는 동전을 그의 손에 쥐어 주었다. 그러자 거지는 그 동전을 다시 아이 엄마에게 건네며 이렇게 말했다.
"그건 간단하게 생각해 주세요. 아이에게 누군가를 도우면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은 걸 돌려받는다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거든요"
동전 한 닢이 아쉬운 거지였지만 해맑은 어린아이 앞에서는 어른이고 싶었던 것이다. 거지는 가진 것은 없었지만 인품만은 어떤 돈 많은 사람보다도 부자로 살고 있었다. 비록 거지는 구걸하는 빈자로 살고 있었지만 인품만은 명품 인품으로 사는 것임이 틀림없었다.
거지는 가진 게 없어도 아이가 아닌, 또 다른 어른의 어르신으로 살고 있었다.
그는 삼순구식(三旬九食)하는 세월의 그림자 속에서도, 노인이 아닌 어르신으로 사는 것임이 분명했다.
그는 배금주의를 무색케 하는 형이상학적 인품으로 살고 있는 것임이 분명했다.
외양은 거지임이 틀림없었지만 인품만은 백만장자의 명품 이상으로 살고 있었다.
우리는 가진 게 없어도 인품까지 형이하학적 속물은 되지 말아야겠다.
'가진 게 없어도 인품은 명품!'
나는 어떤 인품으로 살고 있는가!
가진 게 없어도 명품 인품으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쓸 때에도 쓸 줄 모르는 수전노, 속물 인품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남상선 / 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남상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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