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역사가 장르가 되는 순간 '유령'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역사가 장르가 되는 순간 '유령'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 박사

  • 승인 2023-02-09 08:44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유령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허구입니다. 영화에서 이런 일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대개는 아주 오래전 역사일 때 그러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최근세인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허구적 상상을 발휘합니다. <암살>(2015), <아가씨>(2016)와 닮았습니다. <암살>이 역사적 사실에 근접한 상상이라면, <아가씨>는 시대만 일제 강점기일 뿐 완전한 허구입니다. 전자의 인물이 역사적인 데 비해 후자는 개인일 뿐입니다. 하여 전자가 관객으로 하여금 역사를 소환하고 기억하게 하는 반면, 후자는 완전한 허구적 상황 속에 펼쳐지는 영화적 이야기와 이미지를 경험하게 합니다.

영화 <유령>은 역사적 공간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상상의 공간으로 이어집니다. 일제에 저항하는 테러리스트들의 모임인 흑색단 단원들을 색출하려는 일본 군경의 작업이 벌어지는 외딴 숲속 끝 해변의 호텔에서 영화는 역사의 외피를 벗고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물로 진입합니다. 부감 숏으로 길게 이어지는 호텔로의 압송 장면은 숙희가 코우즈키의 저택으로 처음 들어가는 <아가씨> 속 장면과 부인할 수 없이 유사합니다. 박찬욱 영화가 보여준 특유의 미술적 공간과 특이한 사랑 이야기가 이 영화에서도 발견됩니다. 역사물이 지니는 영웅적 액션과 권선징악적 쾌감과 구별되는 장르 영화 고유의 흐름과 쾌감을 보여줍니다. 흡사 할리우드 장르물의 대표라 할 서부 영화와도 같습니다. 모뉴멘트 밸리에서 벌어지는 보안관, 총잡이들, 마적단, 인디언들의 액션은 역사적 사실을 넘어 장르물로서의 특징과 즐거움을 드러냅니다.

이 작품의 특기할 만한 점은 단연 여성 캐릭터와 관련됩니다. 일제 강점기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역사적 상황에서 여성은 희생의 상징이었습니다. 남성 주체들의 서사 속에서 타자로 존재했습니다. 종군 위안부로 끌려간 어린 여성들이건, 만세 운동 끝에 죽은 유관순 열사이건 그들의 이미지는 슬픈 희생양과 같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 속 두 주인공 박차경과 유리코는 결코 희생양이 아닙니다. 무라야마, 카이토, 총독 등의 남성 캐릭터에 맞서 육체의 힘으로 제압하고 탈출하는 당당한 주체들입니다. 그들은 조국을 위해 싸우면서 동시에 사랑하는 이의 신념을 지켜 주려는 개인이기도 합니다. 독특한 여성 주체 서사입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 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추석 기름값 부담 덜었는데, 왜 충청권만 비쌋을까?
  2. 뉴 라이프 웰니스 유성온천!
  3. 학교 당직근무자 열악한 처우 개선 촉구 "명절만이라도 모두가 평등해야"
  4. 대전서부교육청 "전문상담사도 수퍼비전으로 마음 챙겨요"
  5. 경쟁사를 압도하는 제안서 작성법은?
  1. '아~대전부르스·못 잊을 대전의 밤이여' 대중가요 속 이별과 그리움의 대명사
  2. 대전 지방세 1억 이상 고액 체납자 69명
  3.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4. 산에서 함부로 도토리 주우면 안된다
  5. 추석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헤드라인 뉴스


`응급실 뺑뺑이` … 대전 구급대 이송거리·시간 폭증

'응급실 뺑뺑이' … 대전 구급대 이송거리·시간 폭증

최근 의료대란으로 인해 대전 소방본부 구급대의 현장-병원간 이송거리와 시간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채현일 의원(영등포갑)이 소방청으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공의 파업이 시작된 올해 3월부터 8월까지 대전에서 현장-병원간 이송거리 30km를 초과하는 이송인원은 449명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70명에서 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전체 이송 인원 대비 비율은 지난해 0.59%에서 올해 1.80%로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161명에서 올해 362명으로 그 비율은 2.7배 이상 늘었다. 응급실..

대전 지방세 1억 이상 고액 체납자 69명
대전 지방세 1억 이상 고액 체납자 69명

지난해 지방세를 1억원 넘게 안 낸 고액 체납자가 대전에 69명이고, 이들이 안내 총 체납액은 28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은 33명·78억원, 충남은 111명·241억원, 충북은 70명 14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한병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체 지방세 체납액 규모는 ▲2021년 3조 3979억원 ▲2022년 3조 7383억원 ▲2023년 4조 593억원으로 증가했으며, 체납자 상위 0.6%가 전체 체납액의 49.1%를 차지하는 것으로..

성심당 대전역점 유지되나... 입찰 월 수수료 1억 3300만으로 `뚝`
성심당 대전역점 유지되나... 입찰 월 수수료 1억 3300만으로 '뚝'

매달 4억이 넘는 월세로 논란이 됐던 성심당 대전역점 매장 월 수수료가 기존과 비슷한 1억 원으로 낮아졌다. 이전보다 과하게 높아진 월 수수료 탓에 철수까지 고심하던 성심당은 이번 모집 공고로 대전역점 계약 연장의 길이 열렸다. 18일 코레일유통에 따르면 최근 대전 역사 2층 맞이방 300㎡ 임대 사업자 모집 공고를 냈다. 이전까지 5차 공고를 했으나 모두 유찰되면서 입찰 기준을 변경했다. 월평균 매출액 기준액은 22억 1200만 원으로, 월 수수료는 매출 평균액의 6%인 1억 3300만 원이다. 이는 기존 월 수수료 4억 4100..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귀경 차량들로 붐비는 고속도로

  • 추석이 지나도 계속된 폭염 추석이 지나도 계속된 폭염

  • 추석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추석 연휴 끝…‘다시 일상으로’

  • ‘옛 추석은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는 추석명절 모습 ‘옛 추석은 어땠을까?’ 사진으로 보는 추석명절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