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출신 표윤명 작가가 신간 '상하이 영웅'을 들고 있다. |
한·중·일 아나키스트들이 조직한 '흑혈맹' 그리고 주인공 백금탁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8일 만난 표윤명 작가는 "윤봉길, 이봉창 의사와 함께 3의사로 꼽히는 구파 백정기 의사와 육삼정 의거를 모티브로 삼았다. 백정기 의사는 백금탁으로 육삼정 의거는 일품향으로 인물과 장소를 재설정했다. 무엇보다 육삼정 의거는 실패했지만 일품향 의거는 성공시키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소설의 배경을 설명했다.
표 작가의 전작들도 모두 독립운동사를 다루는 역사소설이다. 표 작가는 "일본의 만행을 알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다. 남경학살은 무려 40만 명이 학살됐는데, 일본인 2명이 살인시합을 했다. 작가로서의 사명감과 분노, 악행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설은 2021년 발간한 백제의 마지막 전투를 다룬 '백제의 미소' 이후 2년 만에 나온 신작이다. 2년 동안 당시 상해를 공부하며 소설의 얼개를 잡아갔다.
표 작가는 "역사를 공부하고 소설을 구상하는 동안 1932년 일본 아사히신문사에서 발행한 상해 지도가 경매에 나왔다. 지도를 낙찰받아 상해 거리와 건물 이름 등을 상세하게 익혔고 집필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 1932년이면 윤봉길 의사가 의거했던 시점인데, 윤 의사의 흔적을 찾는데도 이 지도가 역사적 가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도는 대략 전지(세로 78㎝, 세로 109㎝) 정도의 크기인데, 일본이 상해 침략을 위해 제작한 지도답게 아주 세밀하게 제작돼 표 작가에게는 소설의 배경을 설정하고 독립운동가들의 이동 경로를 유추할 수 있는 기초 자료로 손색이 없었다.
표 작가는 아나키스트들이 주장했던 '무정부' 역시 일제의 음모로 봤다. 표 작가는 "아나키스트는 뜻이 맞는다면 국가를 뛰어넘어 동지가 됐다. 아나키즘은 정부 구성을 최소화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국민의 자유를 최대 보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일제는 이를 정부가 없는 '무정부'로 오역했고, 아나키스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표 작가는 "백금탁을 통해 당시 독립지사들이 얼마나 어렵게 우리나라를 지켜왔는지 이야기하고 싶었다. 상해 조계지를 배경으로 이권을 두고 경쟁하는 제국들, 시민들의 생활, 당시 독립지사들의 형편 등을 고증을 통해 그려냈다. 상해 근대의 현실을 씨줄로 삼고 상상의 복수를 날줄로 삼았다. 나의 저격은 절실했고, 나의 상상은 간절했다. 조국을 잃은 청년들의 뜨거운 가슴에 이 이야기를 바치고 싶다"고 했다.
표윤명 작가는 상하이 시리즈 2부에 해당하는 '상하이 아라한'을 집필 중이다. 항일운동과 문화재 약탈에 관한 이야기가 될 전망이다. 그리고 여름께는 지도로 상상만 했던 상해를 직접 방문할 계획도 갖고 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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