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영(미술학 박사) |
그렇다면 지역은 무엇으로 살릴 수 있을까? 취업과 결혼, 출산으로 이어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문화예술이 풍부한 감성 도시로 변모되어야 지역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지 않고 취업도 결혼도 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문화예술을 맛보며 살아가길 원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다양한 문명의 결과물과 자연물은 아름다운 디자인적 형태나 색과 기능을 갖춰 존재하고 있다. 이 의미는 "나는 예술에 관심도 없고 즐기지 않는 사람이야"라고 할지라도, 자신도 모르게 예술적인 건축과 공예품, 사진, 그림, 영화, 노래 등 예술적인 콘텐츠나 프로그램들에 둘러 쌓여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앞으로 쇠락해가는 지역을 문화예술로 살릴 수 있을까? 쉽지는 않지만 쇠락한 지역이 '문화예술'로 살아난 사례들은 차고 넘친다. 그중 하나가 런던의 테이트 모던 갤러리다. 1980년대 이후 서구의 도시들은 대규모 문화시설을 건립하거나 방치된 유휴공간을 문화공간 만들어 대형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문화 주도형 도시재생 전략을 시도했다.
그 결과 나라들은 세계화 · 국제화에 따른 도시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문화'라는 콘텐츠가 21세기의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 혜택을 톡톡히 보게 되었다. 따라서 도시재생의 성공은 문화 주도형 도시재생 전략에 의존하는 경우가 다수이고 '문화예술적' 요소가 도시재생에 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테이트 모던 갤러리는 뱅크 사이드 화력발전소로 20년 동안 사용하던 곳이다. 이 지역은 가난하고 개발도 늦은 곳이었다. 한국 같으면 이런 흉물스러운 건물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건물을 지었을 것이다. 하지만 테이트 재단의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이라는 두 건축가는 발전소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현대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이 아이디어는 적중했고, 이와 더불어 건축가 노먼 포스터도 테이트 모던 앞에 밀레니엄 브릿지를 설계해 템즈 강 남쪽과 북쪽을 이어 사람들이 모여들게 하는 세계적인 문화 명소로 더욱 발전시켰다.
도시는 부흥도 하고 쇠락도 겪는다. 공공기관 같은 큰 건물이 이전하면 인구 유출과 상권 침체, 쇠퇴로 이어진다. 덩그러니 남은 유휴시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노후화, 황폐화 되면서 도시의 경관을 해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유휴시설들은 없애야 할 골칫거리가 아니다. 유휴시설은 쇠퇴의 결과물이지만 동시에 지역 재생을 위한 자원으로 잠재력을 가진 공간이 되고 있다. 문화 예술적인 눈으로 도시를 바라보아야 한다.
대전은 '노잼 도시'라 불린다. 왜 대전은 재미가 전혀 없는 '노잼'으로 불려 질까? 사람들은 예술적 경지의 자연경관과 건축물들, 공예품들, 도시의 분위기들, 다양한 공연 컨텐츠 등을 보러 다니면서 감탄하고 재미있어한다.
하지만 대전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문화예술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 밋밋하다. 특히나 일제 강점기나 한국전쟁 시대에 사용되었던 과거의 유휴시설들이나 문화재를 발굴·보존하여 대전의 새로운 현재 모습과 매칭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대전시 관계자들과 지역 국회의원, 대전시의원, 5개 자치구의원 등 정책을 만들고 예산을 집행하는 관료들의 아이디어와 과정이 어떠했는지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전은 언제 재미있어질 수 있을까?
/ 조상영(미술학 박사, 미술작가 및 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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