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석구, 정명희 화백 모습 |
정명희 미술관은 2월 18일까지 '이석구·정명희 원로작가 초대 2인 展'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평생을 예술에 매진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한 것은 물론 후학 양성에 힘쓴 이들의 작품 전시다. 오랜 시간 한길만 걸어온 두 화백의 고뇌 흔적, 탐구해왔던 미, 도전의식을 엿볼 수 있다.
이석구, 흔적 92-7 164ⅹ132cm 종이+채색 1992 |
이석구 화백의 추상은 고분벽화의 흙냄새가 밴 생동적인 구름문양이 연결되고 뒤엉켜 있는 모습이다. 이 화백 역시 초기에는 누구나 그랬듯 수묵산수에 전념했으나 엥포르멜과 추상표현의 비구상적인 열풍에 따라 추상 작업으로 변모했다.
그는 추상과 구상,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고자 했다. 1980년대에는 전각의 모티브를 기하학적, 구조적으로 활용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기도 했고 이후에는 전각 대신 백제 고분 미술의 다양한 요소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1981년 백제문화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공주에서 교편을 잡았던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금관, 진묘수, 벽화, 벽돌의 문양 등을 모티브로 백제미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는 대상물을 추출해 정갈하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화면을 재구성했다. 2000년대에는 산과 구름, 꽃, 달 등 구체적인 형상을 지닌 요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시 작품에서도 한국화의 현대화와 경계 확장에 있어 고뇌해왔던 그의 노력이 엿보인다.
정명희, Freedom Trail 445 65×94cm 한지+먹 2022 |
정명희 화백은 '금강화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금강을 화두로 조형작업을 지속해왔다. 우리나라의 중부권을 가로 흐르는 금강을 지키고 싶다는 그의 욕심은 작업의 근간이 됐다. 정 화백은 물의 형상을 내면의 의식과 무의식을 상징하는 생명체와 결합해 표현한다. 작품에서 대표적인 생명체는 '새'다. 수묵을 통해 담백하게 표현하지만, 작품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하늘과 강을 가로질러 유유히 날아가는 새의 형상은 이상을 찾아 떠나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에는 '기산의 새'를 화면 중심에 잡는 대대적인 혁신을 보여주며 작가로서의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이번 전시에서 정 화백은 '종착은 출발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의지를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정명희 미술관 관계자는 "이석구, 정명희의 원로작가 2인 초대전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원로로 끝맺음을 장식한다기보다 새로운 작품세계를 구축하는 출발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라며 "추후 두 화백의 표현 공간이 넓은 지경에 이를 것을 기대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평생학습관 내에 있는 정명희 미술관은 2011년 정명희 화백이 대전시교육청에 전작 1396점을 기증해 탄생한 국내 최초 광역시·도 교육청 미술관이다.
정바름 기자 niya15@
정명희, Freedom Trail 444 94×66cm 한지+먹 2022 |
이석구, 흔적(Trace) 89-6 117ⅹ91cm 종이+수묵채색 198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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