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준 한밭대학교 총장 |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시오(Do what you like).", "당신이 하는 것을 좋아하시오(Like what you do)."
사회로 진출하는 여러분의 자녀가 있다면 이 둘 중에 무엇을 권하고 싶은가? 한동안 미국 대학의 졸업식에서 단골로 나온 축사는 "당신의 열정이 이끄는 대로 가라", 즉 "네가 좋아하는 것을 하라"였다. 그런데 부모로서 공감하시는가? 부모의 마음이 돼 보면 대개 안정적인, 고생 덜한, 고수익의 직업군을 우선에 둘 것이다. 어쩌면 나를 포함해 자녀를 염려하는 부모는 "네가 하는 일을 좋아해"를 권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싶다.
직업 선택에 있어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고 할 때 따르는 위험은 무엇일까? 자신의 능력에 비해 너무 높은 이상만 좇다가 현실을 망칠 수 있다. 또는 좋아하는 것이 분명한데 평생 직업으로 하기에는 수입이 너무 적을 수도 있다. 자신이 진정 무엇을 좋아하는지 불분명한 경우나 좋아하는 것이 자주 바뀔 때, 이런 요구는 그를 더 방황하게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위험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야 할 객관적 이유가 있다. 요즘 유명한 책 '그릿'의 언급을 빌리자면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개인적 관심과 일치하는 일을 할 때 직업에 훨씬 만족감을 느낀다'고 한다.
반대로 "당신이 하는 것을 좋아하라"고 권할 때 따르는 위험은 무엇일까? 일단 싫은 데 오래 참고 견딘다고 좋아질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점점 개성이 중요해지는 시대에 현실에 안주하면서 발전이 없는 상태로 지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장점도 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 모를 때는 일단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맞추어 갈 기회가 있다. 기성세대의 경험으로 말하면, 특별히 호불호는 없지만, 환경 때문에 선택한 일도 꾸준히 하다 보면 전문성이 생겨 인정을 받고, 중요한 역할을 하면서 만족하게 되는 경우도 제법 있다.
사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라는 것과 당신이 하는 것을 좋아하라는 이 둘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좋아하다(like)"이다. 좋아하는 일을 열정으로 선택하든, 하다 보니 좋아지든 결국은 좋아함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캠퍼스에서 제자들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회색지대의 시간이 길어지고, 졸업 후에도 역시 애매한 상황에 있는 것을 볼 때는 난감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다수의 대학들이 학생들의 미래 준비와 일자리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다방면의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저 회색지대의 기간을 최대한으로 단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의 대학만 해도 재학생과 졸업 후 2년 내 청년을 위한 대학 일자리플러스센터를 운영하며, 취업 상담과 매칭을 하고 있다. 매 학년 자신의 적성을 찾아가고 직업탐색까지 이어지는 단계별 진로설계 교과목을 두고 있고, 학기제 현장실습 등의 기업 체험, 직업별로 직무역량을 키워주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역에 양질의 기업과 일자리가 있어야 하니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도 점점 중요해 지고 있다.
대학 캠퍼스는 곧 졸업식을 앞두고 있다. 총장으로서 어떤 축하와 격려를 해야 할지 고민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앞으로는 한가지 직업으로만 살아갈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한다.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는 열정을 계속해서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한 시대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선택한 것을 좋아하도록 열정을 키워 가시길! 그리고 어느 길을 선택하든 청년 여러분의 라이프(life)는 굿(good)이란 것을 꼭 잊지 마시길! /오용준 한밭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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