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쉘위댄스(Shall we dance)' 포스터 |
'쉘위댄스(1996)'는, 40대 평범한 직장 샐러리맨이 단조로운 일상을 탈피해 가족 몰래 댄스교습소를 오가며 활력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수오 마사유키'감독의 일본 영화이다. 주인공 '쇼헤이(야쿠쇼 코지)'의 성실함과 인간미 넘치는 모습에서 댄스라는 단어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주인공의 일탈이라면 일탈인 그의 모습은 샐러리맨뿐만 아니라 모든이에게 공감받기 충분하다. 일본이란 조직사회에서 직장인의 모습 또한 우리네 아버지들의 일상과도 닮아있어 가끔은 뭉클하고, 때로는 아슬아슬하고 때로는 그 코믹함에 가슴이 시원해진다.
특히, 교습소에서 자주 만났던 가발을 쓰고 열정적인 춤을 선보였던 사람이 바로 자신의 직장 동료였다는 사실. 남편의 수상한 행동에 사립탐정을 고용하는 아내의 심정.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비밀리에 댄스를 배울 수밖에 없었던 주인공의 고뇌가 곳곳에 배어있는 이 작품은, 일본 아카데미상을 13개나 석권할 만큼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2004년에는 미국에서 리메이크 작을 내놓기도 했다.
퇴근길 지친 몸으로 전철에 몸을 실은 쇼헤이는 우연히 선로 옆 댄스 교습소 창가에 서 있는 미모의 여인을 보게 된다. 쇼헤이는 아내와 딸, 어엿한 집까지 갖춘 무엇 하나 부족함 없는 가장의 한 사람으로 평온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직장에서의 반복되는 업무는 그에게 뭔지 모를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유일한 낙은 매일 밤 퇴근길 전철 밖으로 보이는 댄스교습소 안의 미모의 여강사 모습뿐이다. 하루라도 못 본 날이면 그녀의 안부가 궁금해지기까지 한 것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녀에게 점점 이끌리고 있음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용기를 낸 쇼헤이는 댄스교습소 앞까지 찾아가고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갈등하는 사이에 급히 그곳을 들어가는 어느 여강사의 떠밀림으로 반 강제적으로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드디어 창가에서 바라만 봐야했던 '마이(쿠사가리 타미오)'라는 꿈에 그리던 여강사를 만난다. 떨리는 마음을 뒤로한 채 상담을 마친 후, 초급코스로 등록하지만 강습은 할머니뻘 되는 강사로 배정된다. 하지만 열심히 스텝을 밟으며 노력하는 쇼헤이.
그러던 어느 날, 교습소를 찾은 그는 열정적인 댄스를 선보이고 있는 남자를 발견한다. 가히 '댄스의 신'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의 댄스실력에 놀라고 있는 그때, 발을 밟혀 화가 난 여자파트너가 그의 가발을 벗기게 되면서 그의 정체가 드러나는데, 그는 바로 자신의 직장 동료 '토미오(다케나카 나오토)'였던 것이다. 회사에서는 존재감조차 없었던 그가 자신의 모습을 변장으로 숨기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최고의 댄스를 출 줄이야. 이제 두 사람만의 비밀이 생겼고 댄스가 끝나고 그들만의 시간을 갖게 되자, 토미오는 "회사가 끝나면 가발과 의상을 갈아입고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면 정말로 즐겁다"라며 회사에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회사 업무와는 상관없이 춤에서만큼은 대단한 열정을 내비치는 그가 마냥 부럽기까지 한 쇼헤이.
쇼헤이가 이곳에 처음 문을 두드린 것은 미모의 여강사 마이 때문이었다. 열심히 연습한 결과일까. 어느 날, 쇼헤이에게도 마이의 강습을 받는 날이 왔다. 떨리는 강습이 끝나고 밖으로 나온 쇼헤이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초조함 속에 마이가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마이의 모습이 보이자 그녀에게 식사를 권해 보지만 일언지하에 거절당하는 쇼헤이.
영화 '쉘위댄스(Shall we dance)' 중 한 장면. |
시간이 흐른 뒤, 마이가 사정상 미국으로 떠나게 되고 마지막 파티가 벌어지는 날, 쇼헤이의 성실성을 이해한 마이는 자신의 마지막 파티에 초대장을 보내고 그와의 댄스를 기대한다. 하지만 부인에게 댄스중단을 선언한 후였기에 퇴근 후, 그는 파티장에도 집으로도 돌아가지 않은 채, 파칭코 가게를 전전한다. 물론 아내에게 다시 댄스를 해보라는 독려도 받았지만, 댄스를 포기하겠다는 자신과의 약속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을 탄다. 파티는 마지막 마이의 파트너 없는 댄스로 끝나게 될 위기에 처해지고, 초대장에 응하지 않는 쇼헤이를 초조히 기다리는 마이 앞에 쇼헤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숨소리조차 없이 적막함이 감도는 파티장에 어두운 조명이 걷히면서 쇼헤이 앞으로 조명이 쏟아지고 마이가 손을 뻗으며 말한다. "shall we dance?(춤추실래요?)" 'shall we dance'의 음악이 깔린 가운데 마이는 쇼헤이와의 화려한 스텝으로 라스트 댄스를 펼치고, 참가자들도 어우러져 화려한 무대를 장식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모두는 평범한 삶을 꿈꾼다고 했던가? 이렇게 '쉘위댄스'는 몇 번을 돌려봐도 매끈한 스토리에 평범한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이 아름다운 영화이다. 이 영화를 코미디 장르로 구분해 놓은 것도 쇼헤이의 성실하고 과묵한 모습과 회사동료 토미오의 시각적인 춤사위가 주는 능청스럽고 익살스런 표정의 대비에서 오는 재미가 있어서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쇼헤이 역의 '야쿠쇼 코지'의 연기는 물론이거니와 토미오 역의 '다케나카 나오토'가 명배우라는 것도 재차 확인하게 되는 영화이다. 쇼헤이의 가정이나 직장에서의 성실성에 반해, 댄스에 몰입되어 있을 때의 토미오의 몸짓과 얼굴 표정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폭발적인 열연이었다고 생각한다. 상상만으로도 코믹함과 행복감을 안겨주는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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