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홍범도 장군을 안아주자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홍범도 장군을 안아주자

오광영 (사)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 승인 2023-02-05 09:05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오광영 (사)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오광영 이사
지난해 12월 14일 한 인터넷 언론에 '폭설 내린 날, 홍범도 장군 묘역에만 눈이 없었던 이유'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기사가 눈길을 끌었다. 밤사이 눈 내린 대전현충원을 찍던 기자가 한 시민이 독립유공자 제3묘역 917번에 안장된 홍범도 장군의 묘를 찾아와 봉분 위에 쌓인 눈을 치우는 모습을 우연히 목격하고 망원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그 시민은 조화를 한 다발 가져와 묘 앞에 꽂았고 눈을 다 치운 후에는 큰 절 두 번을 했다고 한다. 기자가 물으니 "타향에서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좀 더 대접받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국민이 홍범도 장군 알고 있다. 교과서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2019년 개봉한 영화 '봉오동전투'를 통해서 항일무장투쟁의 영웅으로 기억하고 있다. 특히 2021년 8월 머나먼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에서 돌아가신 지 78년 만에 고국으로 봉환돼 대전현충원에 안장되는 과정이 언론을 통해 생생히 보도되면서 국민의 눈시울을 적셨다.

그런데 아직도 홍범도 장군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홍범도 장군의 파란만장한 생애는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아픈 역사와 맞닿아 있다. 1868년 머슴의 자식으로 태어나 일찍 부모님을 여의고 군대 나팔수와 제지공장 노동자, 백두산의 포수로 살던 그가 생존을 위해 시작한 일제와 싸움은 의병활동으로 이어졌다.



나라로부터 받은 것 없던 그가 나라를 지키고자 총칼을 들고 항일무장투쟁에 나서는 과정은 일제강점기 우리 민중의 상징적 초상이다. 홍범도 장군이 1920년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에서 일본 정규군과 맞서 이룩한 전과는 1919년 3.1만세운동으로 촉발된 다양한 독립운동의 성과를 잇고 활발한 무장투쟁을 이끌어 내는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일본의 강력한 토벌에 밀려 연해주로 이주해 새로운 투쟁을 모색하던 독립군들에게 볼셰비키와의 연대는 최선이었고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제국주의적 본능의 세계열강은 조그만 한반도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했기에 조금이라도 유리한 세력과 연대해 일제를 무찌르는데 이념은 그리 중요한 게 아니었을 것이다. 그 선택으로 홍범도 장군은 좌익독립운동가가 됐다.

1922년 극동민족대회에 참석해 레닌으로부터 권총과 군용외투, 금화 100루블을 선물로 받았다는 사실은 그에게 좌익 낙인을 찍게 하는 결정적 사건이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가 얼마나 상징적인 무장독립운동가였는지 증명하는 사건이기도 하다. 일부 사람들이 홍범도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당시의 시대 상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

100년 전의 일들을 지금의 잣대로 재단해 좌익독립운동가라고 배척하는 것이야 말로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를 부정하는 우를 범하는 꼴이 아닐까? 우리 정부는 홍범도 장군에게 무려 60년 전에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2021년에는 최고의 서훈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했다.

국가보훈처는 보수·진보정권을 가리지 않고 홍범도 장군을 추모하고 선양하는데 국비를 투입하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유성구는 홍범도 장군 마케팅을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말 모 방송사의 홍범도 드라마 제작에 협찬하는 예산이 좌익논란으로 전액 삭감됐다. 정부의 행정과 배치되는 결정에 못내 아쉬운 마음이었지만 현실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홍범도 장군이 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이후 전국을 넘어 해외에서도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설 연휴가 지나고 홍범도 장군의 묘소를 찾았을 때 수십 송이의 국화가 있는 것을 보고 많은 분이 다녀갔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홍범도 장군의 묘소를 찾는 발걸음에는 좌도 우도 없다. 오로지 빼앗긴 조국을 되찾기 위해 헌신하다가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생 후 돌아가신, 정말 자랑스러운 홍범도 장군에 대한 고맙고도 존경스런 마음만이 있을 뿐이다. 이제 타향에서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좀 더 대접받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눈 쌓인 묘소를 청소하던 한 시민의 말씀처럼 자랑스러운 장군, 홍범도를 감사의 마음으로 꼭 안아주었으면 좋겠다.

/오광영 (사)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