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본부 전문무역센터 전문위원·변호사 이승현 (山君 법률사무소) |
학교폭력이 문제가 되면 심의위원회가 열리고, 위 심의위원회는 피해 학생 보호와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을 위해 가해 학생에 대하여 학교폭력예방법이 정한 조치를 교육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안이 경미한 경우 가해 학생에 대해 '피해 학생에 대한 서면사과'의 조치를 취한다.(학교폭력예방법 제17조 제1호).
사과(謝過)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빎'이다. 일반적으로 사과는 긍정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그렇기에 학교폭력예방법도 피해 학생의 보호, 가해 학생 선도·교육 및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학교폭력예방법 제1조)하기 위한 조치로 '공개적인 서면사과'가 적절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과를 강요'하는 것이 양심(良心)의 자유(自由)에 반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의는 항상 있었기에, 사과를 강제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가는 한 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관련한 문제들에 대한 판례의 태도는 이러하다.
헌법재판소는 '준법서약서 결정'(헌재 2002. 4. 25. 98헌마425)에서 '양심유지의 자유는 양심을 포기하도록 국가가 강요하는 상황에서 비로소 제한될 수 있는 것인데, 준법서약제도는 양심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제도가 아니라 단지 가석방 조건으로서 준법 의지의 여부를 심사하는 제도로써 수형자 각자가 양심의 유지 여부에 관해 여전히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양심유지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반면 헌법재판소의 반대의견은 '준법서약서제도는 개인의 내심 신조를 사실상 강요해 고백하게 한다는 점에서 양심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존재한다'라고 보았다.
법원은 "이 사건 징계결의는 원고들이 피고가 원하는 내용대로 공개사과를 하거나 사과문을 제출할 것을 조건으로 하여, 원고들이 이러한 조건대로 사과하지 않을 때는 기간을 정하지 않고 회원의 자격을 정지시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중 공개사과나 사과문 제출을 강제하는 것은 원고들 스스로 내심에서 형성해 인정하지 않은 사고 및 그에 기초한 판단을 강제하여 원고들의 인격권과 양심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처분에 해당할 소지가 매우 크다. 더 나아가 이 사건 징계결의에 의하면, 만일 원고들이 자신들의 소신과 양심에 따라 피고가 강제하는 사과를 하지 않으면 원고들의 회원자격이 무기한 정지되어 피고가 스스로 위 징계결의를 철회하거나 별도의 구제 결정을 하지 않는 이상 사실상 원고들의 종원 자격이 영구히 제한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가지게 된다. (중략) 그렇다면 이 사건 징계결의는 원고들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뿐만 아니라, 회칙에 반하여 사실상 종원의 자격을 영구히 박탈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서 그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서울서부지방법원 2022. 6. 9. 선고 2020가합40030 판결)."라고 판시하는 등 공개사과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본 예가 상당수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자기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진솔한 행위를 다른 사람이 강제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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