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진정한 용기, 탈피

  • 오피니언
  • 여론광장

[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진정한 용기, 탈피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3-02-03 10:1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늘 바르고 착해야 이웃도 있고 친구도 있어,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배우며 자랐다. 뭔가 잘하는 것 하나면 성공할 수도 있다. 심지어 음담패설이나 욕설을 잘해서 성공한 사람도 있다. 원만한 사회생활은 릴레이션십이 될 것이다. 관계 잘 하는 사람이 성공한다. 리더십의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진심과 교언영색은 구분이 어렵다. 내면이 빈약할수록 겉치레를 우선한다. 간이라도 빼줄 것 같은 가식적 호의에 곧잘 넘어간다. 뿐인가? 상대가 지향하는 목표의 선악 구분은 더욱 어렵다. 수렁에 깊이 빠진 뒤에야 알게 된다.

가끔 도둑도 도가 있을까? 이웃이 있을까? 친구가 있을까? 생각할 때가 있다. 당연히 있다. 목표가 악일 뿐, 일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역시나 친구가 있어야 한다. 좋은 관계가 필요하다. 관계에 앞서 필요한 것이 지인용 또는 지덕체라는 이상적 품성이다.

누구나 한번 쯤 의문을 갖는 모양이다. 장자에 나오는 이야기다. 도척(盜?)의 부하가 도척에게 묻는다. "도적질에 도가 있습니까?" 도척의 대답이다. "어디엔들 도가 없겠느냐? 감추어진 것을 알아내는 것이 성(聖)이다. 남보다 먼저 들어가는 것이 용(勇)이다. 늦게 나오는 것이 의(義)이며, 도둑질해도 되는가 안 되는가를 판단하는 것이 지(知)이다. 도둑질 한 물건을 고르게 나누는 것이 인(仁)이다."



도척이 공자를 나무라기도 한다. "노나라의 위선자 공구가 네놈이로구나. 너는 농사도 짓지 않으면서 밥을 먹고, 옷감도 짜지 않으면서 옷을 입고, 함부로 입을 놀려 시비거리나 만들어 천하의 임금들을 우롱하고, 선비들로 하여금 근본을 잊게 하며, 제멋대로 효제라는 것을 만들어 따르는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구나. 당장 돌아가라. 그렇지 않으면 네놈의 간을 꺼내 점심 반찬에 보태리라."(장자, 조수형외 공저)

일견 바른 말처럼 들린다. 공자나 유가를 풍자적으로 비판한 것이라 보지만, 도척관련 내용이 천박하다하여 후세 사람의 위작(僞作)으로 보기도 한다. 어쨌거나 대단한 풍자요 요설이다. 한편, 방향설정이 잘 못 되어 있을 뿐, 사회생활에 필요한 덕목 아닌가? 사회 구성의 원리라는 말도 될 것이다. 그러기에 9천에 이르는 무리가 따랐으리라.

성(聖)은 사리에 통달한 덕과 지혜가 뛰어남이다. 한자(漢字)가 옆 사람 말에 귀 쫑긋 세우고 경청하는 형상이기도 하다. 의(義)는 유가에서 일컫는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 오상(五常, 仁義禮智信) 또는 사덕(仁義禮智)의 하나로 올바름과 의로움이다. 지인용은 지난주에 언급하였다. 가엽게 여기고(惻隱之心), 부끄러움을 알며(羞惡之心), 배려하고(辭讓之心) 분별할 줄 아는(是非之心) 우리 본성이기도 하다.

다만, 지향점이 없다. 가장 중요한 이상이 없다. 사회 파괴, 미래 말살 까지 갈 것도 없다. 적어도 남에게 피해 주진 않아야 한다. 성스러운 척 호도하지도 말아야 한다.

누구나 험한 일, 궂은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그를 앞장서 실행 하는 것이 용이라 주장한다. 선을 향한 굳세고 씩씩함이야 얼마나 좋은가? 이 역시 방향설정이 잘 못되면 무용지물이다. 나아가 악(惡)이 된다. 모두 칼과 같아 용처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악으로 향한 용기나 만용(蠻勇)은 용기가 아니다. 무모함이나 허장성세(虛張聲勢) 역시 용기라 하지 않는다.

불의에 대한 저항,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지키기 위한 결연한 의지와 자기희생, 인간 한계와 미래, 선에 대한 도전 등이 진정한 용기 아닐까? 하나 더 있다. 잘 못으로부터 벗어나는 일이다. 잘 못 알았던 일 역시 깨부수는 것이다. 여러 차례 과이불개(過而不改)를 언급하였다. 지난 연말 교수들이 뽑은 사자성어이기도 하다. 잘못인줄 알면서 고치지 않는 것, 잘못하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 잘못 된 사고의 틀에 갇혀있으면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이 또한 용기 없음에서 비롯된다. 지금까지 자신을 지탱해오고 만들어 준 것일지라도 다르지 않다.

거짓과 사악함으로 점철된 사람이 수차례 의원이나 선출직에 당선된다. 둘러보니 그런 사례가 다수 보인다. 대놓고 요설로 혼돈 시킨다. 무슨 전략이라 운운한다. 애당초 방향설정이 그른, 그런 지혜는 없으니 만 못하다. 거짓에 부화뇌동하여 용기랍시고 덩달아 짖어대는 이도 다수다. 그야말로 도척지견(盜?之犬)이다. 도척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고, 옳고 그름과 관계없이 굴종하고 짖어댄다. 반(反)하는 사람은 무조건 물고 뜯는다. 주인 외에는 아예 염두에 없어 짖어댄다는 걸견폐요(桀犬吠堯), 척구폐요(?狗吠堯)와 같은 말이요, 그런 무리다.

개나 주인이나 탈피의 순간이 빠른 만큼 자신도 사회도 더 성장한다.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시인
양동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