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백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차세대화학기술전략센터장 |
미국의 경제매체 블룸버그가 지난해 12월 보도한 기사 내용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탄소중립' 정책이 확산되면서, 산업 전반에 걸쳐 저탄소·순환경제로의 전환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실이 이 한 문장 속에 압축돼 있다.
실제로 한국을 포함해 미국, EU, 중국 등 130여 개국이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글로벌 기업들도 ESG경영, RE100 평가 등을 자발적으로 도입해 저탄소 제품·소재 개발을 확대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 정부도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목표로 그린뉴딜 전략을 통해 경제·사회 전반의 녹색 전환과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10월부터 도입되는 등 당장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세계 최초의 '녹색 무역관세'로 불리는 CBAM은 탄소배출을 줄이지 않을 경우 해당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에 관세를 물리는 제도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총배출량 순위는 중국, 미국, 인도 등에 이어 11위, 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2021년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약 7억 2700만t가량이다. 1990년 대비 149% 증가했다.어이 가운데 에너지 분야의 배출량이 국가 총 배출량의 86.9%를 차지하고 있다. 선진국 대비 높은 석탄발전 비중과 에너지 집약적 산업구조에서 기인한 결과다. 제조업 부문별로는 철강산업에 이어 화학산업이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산업은 세계 5위 규모의 생산능력과 글로벌 시장 5%를 점유하고 있는 국가 기간산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원유에서 정제된 원료인 '나프타'를 기반으로, 기초 제품 및 산업소재를 생산하는 석유화학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런데 석유를 정제하는 과정이나 석유화학 제품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국내 화학산업 기술이 고도화되고, 세계시장에서 두루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화학산업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탄소의 효율적 사용과 재활용을 확대하는 순환경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기술혁신이 병행돼야 한다. 특히 기존 석유화학에 기반 한 산업구조에서 벗어나 탄소 배출을 줄임과 동시에 탄소의 재활용·재사용을 확대하는 혁신적 화학기술 확보가 꼭 필요하다.
이에 따라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차세대화학기술전략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의 역할은 크게 외부 환경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화학산업 정책·제도 수립, 친환경 화학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생태계 조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석유 대체 등과 같은 차세대 화학기술에 대한 환경·경제성 평가 가이드 개발을 통해 자원순환 R&D 부문에 최적화된 탄소관리 체계를 마련 중이다.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기후환경기술 전략협의체'를 운영해 현장의 수요기술을 발굴하고, 상향식 정책을 수립·제시하는 역할도 맡는다.
급변하는 기후·환경 분야의 기술·시장·정책에 대한 국내외 최신 정보를 수집·분석하여 수요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차세대 화학기술 정보 플랫폼'도 구축·운영한다. 특히 탄소중립과 관련한 최적의 R&D 전략을 수립하고, 사업의 성과관리 시스템을 통합해 일관된 평가·성과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1990년대 이후 자유무역주의를 누렸던 전 세계는 이제 기후 정책을 산업과 연계하는 거대한 변화와 마주하고 있다. 센터는 이 패러다임 전환의 파고 속에서 차세대 화학산업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범국가적 기술 개발·확산 전략을 수립하는 거점 역할 수행에 힘쓰고자 한다. 박백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차세대화학기술전략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