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도시의 빛 도시의 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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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도시의 빛 도시의 어둠

김병윤 전 대전대 디자인·아트대학장

  • 승인 2023-02-01 10:04
  • 수정 2023-02-01 10:15
  • 신문게재 2023-02-02 19면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김병윤 (문화인)
김병윤 전 학장
연전에 수업 중 학생들에게 가장 여행하고픈 지역에 대해 버킷리스트를 물은 적이 있다.

답변은 매우 쉽게 나오리라 내심 예상하였지만 가장 1위에 오른 곳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지역이라서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버킷리스트 1위는 다름 아닌 북극의 오로라를 보는 것이었다. 파리 런던 뉴욕이 아닌 차가운 얼음의 땅 극 지대였고, 유구한 역사 도시들에 대한 열망보다는 빛이 만들어 내는 그 순간을 많은 학생이 맘속에 그리고 있었기에 좀 놀라웠다.

이 집합의 구조를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집합되는 여러 경우를 생각해 보면 간단하게 조그만 답이 정리된다. 도시에는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을 집합시키는 이벤트들이 있다. 최근 할로윈데이에 일어난 불운한 집합이나 순간의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기 위한 집합 등처럼 이벤트성 군중의 집합은 자주 이루어진

다. 주요 이벤트로 등장한 작금의 할로윈데이, 주요 도시들이 저마다 개최하는 불꽃 축제, 장소를 빛으로 장식하는 정기적인 루미나리에 외에도 무수한 이벤트 행사들이 집합을 부추기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오랜 전통의 마쓰리 축제, 중국의 춘절 등 나라마다 축제가 있고 도시마다 지역마다 나름의 주로 빛이 중점적인 도구로 움직임이 큰 집합들을 만들고 있다. 화려함과 각별한 도시의 빛을 끌어내 함성과 소요가 일어나는 것도 결과라 볼 수 있다. 극지에서 일어나는 오로라 현상 역시 빛의 축제처럼 장관을 이루기에 열광하는 기회가 된다. 저마다 나름의 빛과 어둠을 지니고 있는 도시는 풍요와 궁핍함도 지니며 불나방이 모이듯 화려한 도시의 불빛은 사람들을 모은다.



도시는 늘 먼저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우선되어 이루어지고 뒷감당은 뒤이어 이어지며 부수고 다시 고치는 일들로 이어져 왔다. 도시의 계획은 언제랄 수도 없이 필요에 따라 진행되어왔고 길이 나면 건축이 먼저 목적을 위해 이루어지고 좀 지나고 나면 이제 치유의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 만들기도 쉬운 일은 아니나 고치는 일은 이보다 더욱 정교하고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는 일이어서 재생이란 고단한 일은 계획이 미리 보지 못하고 건축의 필요 욕구가 지나쳤던 결과의 치유사를 기록하고 있다.

사람들이 도시에 모이는 이유를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은 살기 위해 모이고 더 잘살기 위해 도시에 머문다"고 했는데 생존과 번영의 기반이 이루어지는 도시의 역사는 그때나 지금이나 같은 이유로 성장과 쇠퇴를 반복하고 있다.

도시를 보고 지킬 것 버릴 것 키울 것을 사유하고 다짐해야 할 기회가 절실해지는 때다. 필요하면 만드는 단순 순환논리를 기본으로 지닌 정치적 판단을 정책이 따라가기보다는 가이딩 울프처럼 기다리며 차근차근 어긋남 없는 길로 안내하듯 도시의 역기능을 최소화 하는 정치 상대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불운이 겹치는 마당에 골목길에 내놓은 가판대와 냉방장치가 원인이 되었다는 구차한 사안에 너나없이 달려드는 이 뒷감당의 냉혹한 시대를 탓하기 전에 침착해질 필요가 있다. 현대의 도시는 언제 어느 때든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험 앞에 놓여있는데 가판대 얘기만 하고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기본부터 다지지 않으면 고치기만 할 것이다.

도시의 성장을 개발이라 하여 변화를 유도함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데 그러한 시간의 공백 지대들은 속절없이 시름시름 어둠의 깊이를 더해 간다. 오랫동안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젖은 채로 처절하게 어둠 속에 잠긴 도시 한복판을 보면서 도시의 빛과 어둠의 상대적 불균형 역시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도시의 전략성에 기인하고 있음을 아쉽게 바라보게 된다.

/김병윤 대전대 전 디자인·아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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