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서 몸에 밴 습관이 국정운영 과정서 묻어나는 듯싶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물연대 파업 때 대응이다. 윤 대통령은 시멘트, 철강, 석유화학 화물운전자에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4년인데 실제 행사한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대(對) 노조 선전포고라는 일각의 반발도 있었지만, 국가 경제와 민생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 같다.
윤 대통령은 직설적 화법을 즐긴다고 한다. 소위 간을 보거나 돌려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도어스테핑에서 인사부실 논란에 대한 언론 질문에 "전 정권 장관 중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고 반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검사 시절인 2013년 국회에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은 아직도 정치권에서 유명 어록으로 회자된다.
이쯤 되면 윤 대통령은 스트롱맨(strong-man) 성향이 다분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스트롱맨은 강력한 카리스마를 갖고 정면돌파형 국가 지도자에 붙이는 정치적 수사(修辭)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자신이 정한 원칙을 고수한다는 특징도 있다. 세계적으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중국 시진핑 주석 등이 스토롱맨으로 불렸다.
충청권은 윤 대통령의 스토롱맨 리더십에 덕을 봤다. 대선과정에서 약속한 현안 여럿이 해결된 것이다.
세종시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 방위사업청 대전이전, 충남 아산에 경찰병원 분원 유치 등이 그것이다. 이는 국회에서 관련법 또는 예산이 통과되거나 적시에 정부 정책이 뒤따를 때 가능하다.
역대 정부에서 이처럼 집권 초 지역 현안이 무더기로 해결된 전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기저엔 '충청의 아들'로서 고향에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뒷받침됐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같은 충청인으로서 느낌표를 달고 싶은 대목이다.
하지만, 스트롱맨 기질이 항상 시너지를 내는 것은 아니다. 퀘스천 마크를 붙이고 싶을 때도 있다.
협치와 통합이 그렇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전 정부에서 열렸던 여야정협의체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을 불러 '식사정치'를 하나 야당 의원과는 공식적으로 밥을 먹은 적은 없다.
이 뿐인가. 국회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집권당과 제1야당이 으르렁대기 일쑤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검찰수사,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한 정부대응, 윤 대통령 해외 순방 때 발언 등 여야가 사사건건 충돌하는 화약고는 부지기수다.
새는 한 쪽 날개로 날지 못하듯 국민통합과 협치의 부재는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장애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 기자들과 만나 전날 발표한 '통합 없는 취임사' 논란에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넣지 않았다). 우리 정치 과정 자체가 국민통합의 과정"이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 스스로 통합과 협치의 가치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트롱맨 리더십을 '윤석열 표' 협치 구현에 이식한다면 어떨까. 의지가 충분하니 마주 앉는다면 길이 보일 것 같다. <강제일 서울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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