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 : 白(흰 백) 龍(용 룡) 魚(물고기 어) 服(입을 복)
출 처 : 서한인(西漢人) 유향(劉向)의 설원(說苑) 정간(正諫)편
비 유 : 신분이 높은 분이 서민의 옷을 입고 미행(微行)하는 것을 비유함.
위의 고사성어는 신분이 높은 사람이 서민의 옷을 입고 미행(微行)하는 것을 비유하는 고사성어다. 이에 용(龍)은 신분이 높은 사람, 어부(漁夫)는 평민(平民)을 의미한다. 즉, 구중궁궐(九重宮闕)에서 사는 왕(王)은 신하들이 전하는 것만으로는 백성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는지 알지 못해 민심을 제대로 읽기 위해 서민행색(庶民行色)을 하고 그들의 삶을 엿본다는 뜻이다.
민심(民心)은 천심(天心)이므로 때때로 왕은 평민복(平民服)으로 갈아입고 궁궐 밖으로 아무도 모르게 나가 백성들의 삶에 대한 어려움을 몸소 알려고 했던 것이다. 민심을 잘 살펴야 올바른 정사(政事)를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왕 중에 미행을 자주 행한 왕은 세종(世宗), 효종(孝宗), 숙종(肅宗), 정조(正祖) 등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숙종(肅宗)이 압도적으로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신하된 입장으로는 왕의 위험을 생각하여 말려야만했다. 경호대책 없이 함부로 다니다가 어떤 봉변을 당해 곤혹스런 처지나 더 큰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춘추시대(春秋時代) 때 오(吳)나라 왕(王) 부차(夫差)는 일반 백성들을 따라 술 마시기를 즐겼다. 이를 보다 못한 신하 오자서(伍子胥)가 간언하여 말했다.
"마셔서는 안 됩니다. 옛날에 상제(上帝)의 총애를 받은 흰 용(龍)이 차가운 연못으로 내려와 물고기로 변해 맑은 못에서 뛰어 놀았습니다. 그 때 예저(豫且)라는 어부(漁夫)가 그 눈을 쏘아 맞추었습니다. 이에 흰 용은 아픔을 참고 간신히 하늘 위로 올라가 상제(上帝)님에게 하소연하며 어부를 혼내주라고 호소를 하였습니다.
이에 상제님께서 "그 당시 너는 어느 곳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느냐?"라고 물었다.
흰 용은 대답하기를 "저는 맑은 연못으로 내려가 물고기로 변해 헤엄치고 있었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상제께서 말씀하시기를 "어부는 물고기를 잡는 것이 본업(本業)인데 물고기의 형상인 너를 잡았다고 해서 어찌 벌을 주겠느냐? 다 네 잘못이다. 이와 같으니 어부(漁夫)인 예저(豫且)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자서는 말을 이어갔다.
"무릇 흰 용은 천제님의 사랑을 받는 귀한 신분인데도 이러했는데 하물며 대왕은 어떻겠습니까? 예저(豫且)는 송(宋)나라의 미천(微賤)한 신하입니다. 흰 용이 물고기로 모습을 바꾸지 않았다면 예저(豫且) 또한 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 만승(萬乘/ 약 100만의 군대를 거느릴 수 있는 대국의 왕)의 지위를 버리고 포의(布衣/ 벼슬이 없는 사람)의 선비들을 따라 술을 마시려고 하십니까? 신은 예저(豫且)의 후환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그래서 왕은 술을 마시지 않았다.
이 고사는 왕이 품격을 지키지 못하고, 자기의 즐거움을 취하기 위해 신분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고자 하는 경우를 신하들이 말리고자 하는 내용이다.
왕(王)이란 신분은 함부로 또 자기의 사사로운 즐거움을 위해 마음대로 행동할 신분이 아닌 것이다. 왕(王)이란 그 한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국민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至大)하기 때문인 것이다.
자고(自古)로 정치를 잘했다는 이른바 성군(聖君)들은 백성들의 어려움을 잘 파악하여 그 어려움을 잘 처리해주었기 때문에 성군(聖君)의 칭호를 받는 것이다.
그들은 미복(微服)으로 직접 야간에 민정시찰(民情視察)을 했고, 조선시대 때는 암행어사(暗行御史)제도를 만들어 민심의 파악은 물론 왕의 전권을 위임하여 백성들의 고통과 억울함을 해결해 주는 제도까지 활용했던 것이다.
이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취하더라도 백성들의 어려움을 파악하여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정치가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이기 때문이다.
이는 곧 명의(名醫)가 환자의 병명(病名)을 정확히 진단해야 그에 맞는 처방(處方)이 가능하고 병을 다스릴 수 있는 이유와 같은 것이다.
정치(政治)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위정자들이 국민의 바람이 무엇인지 알아야 조치를 할 수 있는데 민심을 파악하려는 노력보다는 아첨꾼들의 듣기 좋은 보고만 믿고 정책을 수립하고 밀고 나가기 때문에 국민의 고통은 가중되고 해결책은 아득한 것이다.
현 시대에서 가장 정확히 민심을 전해주어야 하는 신문이나 방송마저도 내 편 네 편 하면서 가짜뉴스로 정확한 민심을 어지럽히니, 힘없는 국민들은 기대할 것조차 없는 실정이 되어버렸다.
이제라도 언론은 국민을 위해 존재하여야만하고, 국가의 위험의 뇌관이 되는 가짜 뉴스는 법(法)으로 철저히 통제하고 위반자는 엄격히 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위정자들은 각종 여러 수단을 이용,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들의 어렵고 힘든 처지를 반드시 우선적으로 해결해 주어야 한다.
이제라도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고 잘 해결해서 국민을 위한 제대로 된 올바른 정치가 이루어진다면 다가오는 총선은 힘들이지 않고 승리할 수 있을 것이 틀림없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장상현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