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동짓날이 되면 항상 팥죽을 해서 저희 식구도 먹고 친척들과도 나눠서 먹는다.
어렸을 때는 어머니 따라 새알을 만드는 것이 놀이였다.
팥은 압력솥으로 삶는데 폭발할까 봐 두려워 근처에는 못 갔던 기억이 난다.
중국에 있을 때는 어머니덕분에 맛있는 팥죽을 먹었다면 한국에 와서는 시어머니 덕분에 팥죽을 먹을 수 있었다.
시어머니는 동짓날에 절에 가시면 꼭 팥죽을 얻어오신다.
최근 몇 년은 거동이 불편해서 절에 못 갈 때도 있지만 동네 마을회관에서나 옆집 할머니가 팥죽을 하면 며느리가 팥죽을 좋아한다고 챙겨오신다.
거의 해마다 팥죽을 먹었던 것 같은데, 동짓날에 팥죽을 못 먹을 때가 있으면 허전한 마음을 달래고자 나중에라도 마트에서 파는 팥죽을 사서 먹는다. 하지만 너무 달고 입맛에 좀 안 맞았다. 팥죽 하면 중국에 계신 어머니도 생각나고 한국에 계신 시어머니도 생각나면서 친정엄마가 그립고 옆에 계신 시어머니가 고맙게 느껴진다.김향분 명예기자(중국)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