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호 대전선거관리위원회 사무처장. 사진=이성희 기자 |
선거관리위원회의 탄생이 비록 부정선거에서 출발한다지만, 유권자 중심의 선거, 참여와 소통 기반의 선거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공직자들의 분주한 시계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올해는 선거가 없는 해다. 그러나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하는 분주한 한 해다. 대전선거관리위원회 이종호 사무처장을 중도초대석에서 만나봤다. <편집자 주>
-신임 사무처장으로 대전선관위를 이끌게 됐다. 소감은?
▲2023년 1월 1일 자로 대전선관위 사무처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다. 대전과 충남은 제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며 선관위 직원으로서 많은 시간을 근무했던 곳이다. 공직생활의 마지막을 고향에서 마무리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올해는 3월 8일 전국동시조합장 선거를 완벽하게 관리하고 내년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가 문제없이 관리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가 될 수 있도록 대전선관위 전 직원과 혼연일체가 되어 최선을 다하겠다.
-3월 8일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치러진다. 현재 진행 과정은 어떠한가.
▲대전은 농협 14개, 축협 1개, 산림조합 1개 등 16개의 조합장 선거가 있고 1만9000여 명의 조합원이 선거에 참여한다. 관리하는 조합의 수는 많지 않지만, 조합 간 선거환경의 차이가 있고 공직선거보다 지역사회의 관심이 부족한 점, 인력과 시설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 등에서 관리의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사소한 사항도 거듭 확인하고 점검해 공직선거에 버금가는 관리를 하고 있으며 농협중앙회 대전지역본부, 각 지역농협과 긴밀히 협조해 안정적인 선거관리에 힘쓰고 있다. 조합장 선거는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들이 다수 참여하는 선거이기에 특히 투표에 불편함이 없도록 시설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여전히 '조합장 선거는 돈 선거'라는 오명이 나온다. 이를 씻을 계획은 있나.
▲조합장 선거는 1000여 명 남짓한 소수의 선거인을 대상으로 하고 지역사회의 강한 유대감과 폐쇄성이라는 특성이 있다. 반면 조합장에게는 인사권과 사업집행권 등 막강한 권한이 있어 후보자들이 돈 선거에 대한 유혹을 강하게 받게 된다. 또 공직선거와 다르게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조합원들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가 사실상 제한돼 있다는 점도 돈 선거의 유혹에 흔들리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선관위는 이번 조합장 선거에서 돈 선거 척결에 모든 단속 역량을 집중하고 불법행위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강력조치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특별관리조합을 지정·운영하고 입후보예정자와 지속적인 면담으로 돈 선거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한편, 조합총회나 영농교육 등 자리를 이용해 조합원에게도 선거법을 안내하는 등 적극적인 예방·안내 활동을 병행 중이다.
사진=이성희 기자 |
▲선거에서 투표율은 여러 원인에 영향을 받는다. 우선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었을 것이고 여기에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한몫했을 것이다. 중앙선관위가 투표율을 분석한 자료를 보면 60대 이상의 투표율은 지난 지방선거 투표율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아진 반면 50대 이하에서는 투표율이 확연히 낮아진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지방선거가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보다 정치적 민감도가 떨어지고 제8회 지방선거가 대통령선거 직후에 치러지면서 국민에게 정치적 피로감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내년 4월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다. 준비 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2024년 4월 10일에 진행하지만, 준비는 올해 12월 12일 예비후보자등록 신청을 기점으로 본격 시작된다. 조합장 선거가 마무리되는 대로 국회의원선거의 관리기반을 확립하겠다. 우선 조합장 선거관리에 중점을 두었던 조직체제를 국회의원 선거관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조직체제로 전환하고 새로운 제도·환경을 반영한 교육과 훈련으로 변화된 선거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기반을 준비하겠다. 또 유관기관과 협업체제를 강화하고 투·개표 사무인력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 안정적인 선거관리를 위한 인력·시설·장비를 적기에 확보하고자 한다.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중에 가장 힘든 선거는.
▲양은 지방선거가 가장 많은데, 실질적으로 치르는 것은 총선이 어렵다. 대선은 자기 선거가 아니고 지방선거는 후보자가 지역이고 총선은 중앙당이 기획하고 중앙당 중심으로 가기 때문에 선거운동도 고도화돼 있다. 양은 적지만 질이나 양은 총선이 가장 높다.
보편적으로 대선은 쉽다. 그러나 지난해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몇 달 차이가 나지 않았고 진보와 보수 양 극단으로 세가 갈리고 시민단체까지 무차별적으로 참여하면서 아주 고전했다.
-투·개표 선거 사무원 수당이 매우 적어 참여도가 낮다.
▲제8대 전국지방선거 당시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25만 원 지급했다. 내년 총선부터는 현실화하려고 한다. 지방공무원들이 투개표에 참여 안하면 선거를 치를 수 없다. 최저 임금이라 불만이 많다.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 결국 기재부가 쥐고 있는데, 국가 예산을 운영하다 보니까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 상당 부문 개정되지 않을까 싶다. 개표사무원 수당이 개정되면 개표사무원은 1일 현행 6만 원에서 10만 원의 수당을 받게 된다.
-선관위가 지역사회와 더욱 상생하고 호흡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선거는 사람이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관위의 적은 직원만으로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와 같은 큰 선거를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 선거의 많은 부분을 지방자치단체에 의존해 왔고, 특히 구·시·군청 공무원들이 그 대부분을 담당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대선과 지선에서 인력 문제로 전국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선거관리인력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투·개표 종사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한편, 협력기관을 다양화할 것이다. 또 선거 벽보 첩부 업무는 외주화하는 등 효율적인 절차 사무 관리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선거업무에 협조하는 구·시·군청 공무원의 부담을 줄여나가겠다. 선거는 경험이 중요하다.
앞에서 말했듯이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들이 선거에서 많은 부분을 담당한다. 그 비중을 줄이고 협력기관을 다양화하고는 있지만, 지방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공직선거를 관리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공직선거에서 지속적인 협조를 바란다.
사진=이성희 기자 |
-2023년 1월 17일 선관위에서 국회에 공직선거법 개정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동안 선거의 공정성 확보와 선거부정 방지에 집중해 온 결과, 선거의 공정성과 질서는 상당한 수준으로 확립됐지만,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국민의 정치의식이 향상돼 정치와 선거의 주체로 참여하면서 공직선거법도 이러한 시대 변화에 맞추어 규제중심에서 자유와 참여 중심으로 변화될 것이 요구되고 있다.
선관위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안을 국회에 꾸준히 제시했으나, 법률 개정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그러나 2022년 7월 헌법재판소가 정치적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 불가결한 기본권이므로 이에 대해서는 '자유를 원칙으로, 금지를 예외로' 해야 하며 일률적이며 포괄적인 금지와 규제는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공직선거법의 대표적인 규제 조항인 제90조, 제93조 등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이에 시대적 요구의 변화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반영해 정치적 표현의 자유 확대와 알 권리 보장 방안, 유권자의 참정권 행사 보장 방안, 선거절차사무의 현실 적합성 제고 방안, 선거의 공정성 확보 방안 등을 포함한 공직선거법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하게 됐다.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 주요 내용을 설명해달라
▲첫째 선거운동과 표현의 자유 확대다. 일반 유권자의 소품과 표지물을 이용한 선거운동 허용과 시설물·인쇄물을 이용한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는 정치적 의사 표현의 상시 허용, 선거운동에 이르지 않는 집회나 모임의 개최 허용, 선거 기간 중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연설회 등 제한 규정 폐지다.
둘째 유권자의 알 권리 보장도 있다. 언론기관과 단체 후보자 등 초청 대담·토론회 상시 허용과 선거여론조사 공표·보도 금지 기간 폐지, 투표의 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방법의 사전투표 출구조사 허용 등이다.
셋째 유권자의 참정권 보장도 있다. 거소투표신고인명부의 열람과 명부 누락자에 대한 구제 절차 신설과 거소투표와 관련한 제3자의 부정행위로 피해를 받은 선거인에 대한 구제 절차 마련이다.
이외에도 선거사무에 관한 협조 의무가 있는 기관 명확화와 선거사무관계자의 수당 현실화, 종합편성채널 언론인의 입후보 제한, 선거범죄 공소시효를 1년으로 연장, 사회단체 등의 공명선거 추진 활동 전면 허용도 담았다.
-마지막으로 지역민들과 중도일보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올해는 선관위가 창설된 지 60년이 되는 해다. 엄정중립의 자세로 투명하고 정확하게 선거를 관리하는 것이 선거관리위원회에 주어진 헌법적 책무인 것을 상기해 조합장 선거뿐 아니라 다가오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등 모든 선거를 공정하게 관리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항상 좋은 모습으로 지켜봐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다만 공정한 선거가 되기 위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의 노력 외에 정치인은 법을 준수해 공정한 경쟁을 하겠다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고 유권자들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성숙한 민주시민의식을 가져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대담=윤희진 정치행정부장(부국장)·정리=이해미 기자·사진=이성희 기자
▲이종호 사무처장은
충남 논산 출생, 충남선관위 지도과장(2015년 7월~ 2016년 6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사무국장(2016년 7월~2018년 12월), 중앙선관위 조사1과장(2019년 1월~2019년 12월), 대구선관위 사무처장(2021년 1월~2022년 12월)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