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사기 수법은 날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진화하지만, 모든 사기극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다. 피해자로부터 사기꾼들의 행각을 자세히 들어보면 어쩌면 사기꾼 교본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사기 피해를 줄이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오늘은 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사기꾼들은 일단 기본적으로 친절하고 친화력이 좋고 신뢰감이 느껴지는 외양을 하고 있다. 누가 봐도 전혀 범죄자로 보이지 않으며 화술과 인맥 등을 동원해 피해자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린다.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중간중간 떡밥도 뿌린다. 사람이면 누구나 마음속에 어느 정도씩 욕심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슬쩍슬쩍 흘린다. 좋은 투자 기회를 잡아서 잘 된 사람들 이야기를 하고, 당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 되고 싶지 않느냐 이런 뉘앙스를 풍기거나 대놓고 말한다. 그리고 적당한 기회가 왔을 때 낚싯줄을 드리운다. 낚싯줄에는 반드시 미끼도 걸려 있다. 사기꾼의 행위는 낚시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
이것이 피부에 와닿았던 것은, 최근 나 자신이 사기꾼의 작업 대상이 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말로만 듣고 글로만 보았던 사기 피해자들의 심정을 잘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사기꾼이 작업하는 과정을 직접 겪어보니, 아주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이들은 사람의 심리를 꿰뚫고 있고, 평범한 대화를 하는 것 같아도 곳곳에 장치를 설치한다. 선량한 대부분 사람은 자신과 대화하는 상대방이 사기꾼일 것이라고는 결코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상대방의 친화력에 저절로 마음을 열게 되고, 세상 물정에 밝아 보이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나도 모르게 사기극 속으로 끌려들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사기꾼의 언행은 잘 듣고 곱씹어 보면 굉장히 이상함을 알 수 있다. 마치 좋은 정보를 주는 것인 양 하는데, 실은 그와 나의 관계상 그런 정보를 줄 이유가 없다. 대놓고 '당신에게만 알려주는 것이다'라는 말을 할 때도 많다. 그리고 자신은 그 기회를 잘 잡아서 성공적으로 살고 있다는 이야기가 반드시 들어간다. 그런데 그런 좋은 기회를 왜 가족도 아닌 남에게 주지 못해 안달인 걸까? 인간의 본성에 반한다. 상대방이 솔깃해하면, 그다음 단계는 '다른 대기자가 있다,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기회가 남에게 넘어간다'이다.
나에게 나방처럼 찾아든 사기꾼은 나를 무늬만 변호사로 봤는지, 법적인 절차를 가지고 어물쩍 속여넘기려고 하는 것이었다. 걸려 있는 미끼는 썩은 고기도 아니고 홀로그램 영상의 고기였다. 전문가의 전문영역을 가지고 어설프게 사기를 치려 했던 것이니 간파당할 밖에는. 결국, 얼굴이 벌게져서 돌아갔다.
자, 여기에서 사기꾼에게 속지 않고 피해를 입지 않는 가장 중요한 팁을 드릴까 한다. 사기꾼은 반드시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고 당신만 알고 있으라고 하겠지만, 꼭 남에게 상담해야 한다. 첫 번째로 가족에게 의논하고, 두 번째로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에게 의논하고, 세 번째로는 전문가에게 상담해야 한다. 큰 재산이 오가는 일이니 그 영향을 받을 가족과 의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는 대충 듣기 때문에 되레 본질을 꿰뚫을 수가 있다. 그리고 전문가의 눈에는, 이야기만 들어도 이게 정상적인 계약인지 사기인지 보인다. 급하게 몰아치는 일일수록, 더욱 수상하다. 꼭 전문가에게 상담하기를 권해드린다. 몇만 원, 몇십만의 비용을 들여서 몇백만 원, 몇천만 원, 몇억의 손해를 막을 수가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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