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식 이사장 |
그럼에도 일상 속에서 나만이 옳고 너는 틀렸다는 행태는 자주 목격되며 뉴스 시간을 채워주는 주요 소재가 되고 있다. 특히 매일 뉴스 화면을 가득 채우며 빠짐없이 등장하는 여야 정치인들 대부분은 특정 진영의 편향된 논리를 대변하는 말과 행동을 거리낌 없이 보여줘 내가 사는 세상이 혹시 두 개로 나뉜 채 동시 진행형으로 존재하는 건 아닌가 하는 강력한 의문과 마주치게 하기도 한다.
하나의 대상과 사건을 대하는 유력 정치인들의 상반된 해석과 어긋난 행태는 지지자들의 동의를 얻을 수는 있겠으나 반대편 상대방을 자극해 국민적 갈등과 분열을 부추기고 심각한 사회적 부담을 초래한다. 얼마 전 유력 일간지에 발표된 한국인의 정치성향 사례조사는 보수와 진보 진영에 속한 표본들의 40% 이상이 평소 자신의 가치관과 성향이 다른 이와는 밥도 먹기 싫다는 응답을 했다고 전한다. 친한 이들과의 모임에서조차 정치와 종교 얘기는 금기라는 이야기가 하나의 진리처럼 통용되는 한국 사회의 현실 인식을 통계수치로 확인하는 꼴이 되어 내심 착잡하기조차 하다.
영미권의 가장 주목받는 사회 심리학자인 조너선 하이트(Jonathan Haidt)는 인간의 본성이 자신만이 옳다는 독선적 성향(self rightegus)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누구라도 자기 자신이 옳다고 확신하는 도덕적 특성을 보유하고 있으며 자기와 다른 성향을 보유한 이들과는 편협하게 상대하거나 무관용의 대응을 보여주게 된다고 얘기한다.
그러나 그러한 개인적 특성은 특정 상황에 처하면 자신의 자아는 얼마든지 포기하고 벌집 속의 꿀벌처럼 집단의 이익을 위하여 모든 역량을 집중하게 된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때의 경험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기억으로 보존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인류의 오랜 역사 속에 등장하는 공동체와 나라를 구한 수많은 영웅의 이야기는 바로 이러한 사례를 증거 하는 것이라고 한다. 조너선 하이트는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고 위선적 존재라고 확신한다. 선한 척하는 것이 당연지사처럼 누구에게나 인정되고 심지어는 자기 자신까지도 속일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기적인 인간이 때로는 이타적일 수도 있으나 그 대상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구성원들에게 한정될 뿐이라고 강조한다. 조너선 하이트는 인간은 특정 성향과 서사를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고 나면 그 이후에는 다른 어떤 대안 세계조차 볼 수가 없게 된다고도 설파한다.
오늘날 자주 목격되는 진영 간 집단 간 극렬투쟁의 원인과 배후에는 인간의 이러한 특징과 성향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면 우리 사회의 성숙과 발전을 위한 해법 모색 또한 조너선 하이트에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는 우리는 누구나 독선적 위선자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고 깨닫는 그 순간 갈등과 대립의 장막이 비로소 걷힐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가 말하려는 메시지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류에게 전해지고 있었으니 마태복음에도 나오고 동양의 고전에도 등장하고 있는 바 -자신의 눈 안에 들어있는 편을 가르는 옹졸한 대들보를 치워 버려라-.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독선적 위선자라는 편견의 대들보를 내다 버리는 쉽고도 어려운 선택이다. 그것이 바로 자기기만과 진영 논리의 절대 함정에 빠져 극렬투쟁에 올인하고 있는 우리를 상생과 존중으로 향하게 하는 강력한 해답이며 교훈이 될 것이다.
/신천식 공공리더십연구원 이사장·행정학·도시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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