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침묵이 최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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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침묵이 최선일까?

양동길/시인, 수필가

  • 승인 2023-01-27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주지하다시피 생명체는 자손을 통하여 영생을 구가한다. 낳기만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잘 성장하고 유지하도록 보살핀다. 보살핌을 들여다보면 참 눈물겨운 것이 많다. 자식 사랑이다. 그 사랑 속에 포함되는 중요한 하나가 교학(敎學)이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다.

생활공간 모두가 교육의 장이지만, 사람은 일정한 장소에서 가르치기도 한다. 요즈음 학교 같은 공간이 예전엔 없었던 모양이다. 행단(杏壇) 역시 학문을 배워 익히는 곳이다.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 단위에서 제자를 가르쳤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중국에서는 살구나무 아래라고 해석한다. 3천명이 넘는 제자를 양성 했다. 논어 술이편에 "육포 한 묶음이상이면, 나는 가르치지 않은 적이 없다.(自行束脩以上, 吾未嘗無誨焉)" 이른다. 누구에게나 문호개방을 했다는 말이다. 육포 한 묶음은 최소한의 성의이다. 가르침에 차별이 없다(有敎無類, 위령공편)는 것이 공자 교육의 기본 원칙이다. 공자가 성인이요, 동서고금 만세의 사표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가르치려는 사람 못지않게 배우려는 사람의 자세도 중요하다. 이어지는 말이다. "배우려는 열의가 없으면 이끌지 않고, 표현하지 않으면 일깨워 주지 않으며, 한 모퉁이 들어 보고 나머지 세 모퉁이를 알지 못하면 반복해 가르치지 않는다.(不憤不啓, 不?不發. 擧一隅, 不以三隅反, 則不復也.)" 배우려는 열정이 있어야 하고, 표현할 줄 알아야 하며, 생각해야 한다는 말이다. 많이 보고, 많이 지어보고, 많이 생각해야한다는 현대 작문의 삼다(三多)와 같은 말로 이해된다.

논어 술이편 첫마디다. "있는 그대로 기술하되 창작하지 않으며, 옛 것을 믿고 좋아하니, 은근히 나를 노팽에게 견주어본다.(述而不作, 信而好古, 竊比於我老彭.)" 여기서 '노팽'은 팽조(彭祖)라는 인물인데 정확하지가 않다. 기존의 학문을 전하되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야말로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알게 하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다. 그런 사람이어야 스승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학자의 겸손한 자세와 객관적 태도를 강조한 말이기도 하다. 때문인지 공자는 한 권의 책도 남기지 않았다. 그 유명한 《논어(論語)》, 《시경(詩經)》, 《서경(書經)》, 《주역(周易)》, 《춘추(春秋)》등도 공자가 직접 저술한 것이 아니고, 제자들이 그의 언행을 기록한 것이다.



생뚱맞지만 너는 왜 글 쓰느냐? 책을 내느냐? 물을 수 있다. 많이 알아서가 아니고, 잘나서도 아니다. 공부 할수록 모르는 것이 많아진다. 공유하고 나누며 고민하자는 것, 소통 그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공자는 젊어 공부에 매진하며 소소한 일을 하다가 51세부터 벼슬다운 벼슬을 한다. 중도재(中都宰, 제사장)를 거쳐 대사구(大司寇, 경찰청장)에 이르나 4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후 14년 동안 제자들과 함께 유랑생활을 한다. 이상적인 나라를 찾아 위, 송, 조, 정, 진, 태 등 여러 나라로 떠돌며 여행하나, 어디에서도 환영 해주지 않는다. 꿈과 뜻을 펼치지 못하고 68세에 노나라로 돌아온다. 73세 일생을 마칠 때까지 후학양성과 고전 정리에 매진한다. 방대한 책을 읽고, 선택하고 정리한다. 어떻게 보면, 고난의 세월이 심오한 철학을 공고히 하지 않았을까 짐작한다.

공자 철학이 일설로 정리될 리 만무하지만, 인(仁)이 그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논어 안연편에 번지가 '인'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공자는 남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한다. 아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사람을 알아보는 것이라고 답한다.(樊遲問仁. 子曰, "愛人" 問知. 子曰, "知人") 남을 사랑하는 것이야말로 '사람다움'이요 인본주의다. 조건 없이 남을 챙기고 아끼는 마음이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분별을 의미한다. 바른 사람을 알아보고, 등용하라는 말이다. 행간을 더 살피면 바른 사람이 앞에 있어야 바른 세상이 된다는 뜻이다. 공자는 세상의 혼란이 인의 부재와 예악(禮樂)의 상실에 있다고 보았다.

우리 사회 역시 예악도 인도 없으며, 그를 가르치고 배우는 참다운 장도 없다. 사악함에도 꾸짖지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우리 자신도 사악해 진 것은 아닐까? 놀라게 된다. 아마도, 잠시 우리 자신을 잃어버린 것일 게다. 참 스승이 없고, 진정한 어른도 부재하다는 생각이다. 배우고 익히며 돌아보려는 사람도 보기 드물다. 정치인은 누가 등용하는가? 우리 아닌가? 바른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죄악이다.

새해엔 좀 더 사랑하자. 더 공부하고 생각하자. 용감하게 실천하자. 같은 책 헌문편에 이른다. "군자의 도(道)가 세 가지 있는데, 나는 그것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君子道者三, 我無能焉, 仁者不憂, 知者不惑, 勇者不懼.)"

양동길/시인, 수필가

양동길 시인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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