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눈에는 맑고, 밝다는 것은 미지의 세계다. 그러나 불을 밝혀 인위적으로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구름 낀 하늘이 자연히 맑아지듯, 비 온 뒤 개인 그런 밤하늘을 고대한다. 우리가 지금 긴긴 어둠 속을 더듬더듬 걸어가는 것 또한 광명처럼 맑은 밤을 만나기 위함이라는 듯 말이다.
권덕하 시인은 시집에서 가장 첫 장에 있는 '방'이라는 시를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낮에는 집이 방을 안고 있는 것 같지만
밤길 걷는 사람에게는 환한 방들이 저마다 집을 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때로는 불 꺼진 방 하나가 온 우주를 캄캄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 -방
방은 수동적이고 부속적인 것이 아니라 집을 살아 있게 하는 존재다. 또 자기만의 방을 지켜나가고 그곳에서 꿈을 꾸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했다. 권 시인은 "사람들은 좋은 집을 산다고 하지, 좋은 방이라고 하지 않는다. 시공간은 우리에게 주어진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고 이루어 가는 곳이다. '방', '밤', '들'은 결국 같은 시공간에서 우리가 상호 작용하며 함께하는 삶의 근거이자 양태"라고 시적 의미를 설명했다.
시집 제4장 '사람 눈에 띄지 않는'에서는 총 12편의 시가 있다. 권 시인은 지속적으로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려고 노력했고 '맑은 밤' 시집에서 이를 담아냈다.
원래 시집 제목은 '밤은 늦은 적이 없다'였다. 그러나 10.29 이태원 참사, 또 아버지의 간병을 하는 동안 무던하게 아팠던 마음을 조금 씻어내고자 표제시가 아닌 완전히 다른 제목인 '맑은 밤'을 붙였다.
권 시인은 "기다리고 소망하지 말고 조금씩 실천하면서 무엇이든 이루려는 마음, 간절히 바라는 것들을 상징적으로 찾다 보니 맑은 밤으로 압축됐다. 탄소기반 에너지를 지나치게 소비하는 메가시티의 밝은 밤이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환해서, 평화로운 방에서 우리가 저마다 안식을 누릴 수 있는 밤도 우리가 간절히 바라고 이루어가는 것이라 생각해 맑은 밤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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