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도 어느덧 1월의 중반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가고 있다. 작년 12월말 연산의 전원마을에 살고 있는 사돈부부가 tv에 해외여행을 홍보하고 있었는데, 마음에 드는 휴양지인 다낭지역이 마음에 들었는지 전화가 와서 같이 가자고 하였다. 손자도 마침 유치원도 졸업을 하고 3월이면 초등학교에 입학을 해야 해서 공백기인 겨울철에 기후가 따뜻한 지역으로 며느리와 가족여행의 서막이었다.
드디어 설렘과 기대감을 갖고 출발하는 일요일 오후가 다가왔다. 아내와 같이 며느리가 살고 있는 하기동에 도착하니 사돈부부가 함께 나와 반기고 있다. 필자가 운전하는 차로 청주국제공항을 향해 북대전ic로 진입하여 고속도로를 달렸다. 일요일 오후라 차량이 많이 붐빌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교통 흐름이 원활하여 공항까지 예상보다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출국 수속 대기시간이 많아 먼저 2층으로 올라가 간단하게 저녁식사부터 했다. 식당이 하나뿐이라 그런지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고 반찬도 3가지로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보다도 질이 떨어지는 것 같다. 사람이 많이 찾는 곳으로 공항의 얼굴인데 개선되었으면 한다.
출국 수속을 하는데도 업무처리가 미숙하여 너무나 느린 점이 눈에 띈다. 더군다나 항공기의 이륙시간도 한 시간 이상 지체되었다. 목적지인 다낭으로 가는데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니 한 밤중인 12시가 넘어서야 도착을 했다. 입국심사대를 통과하여 밖으로 나오니 현지 가이드가 피켓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도 우기의 영향권에 있는지 비가 우리 일행 18명을 맞이하고 있다. 기온은 22℃ 이상으로 우리나라와는 온도차가 많이 나서 그런지 계절도 다른 것 같다. 대기하고 있는 차에 탑승하여 30분 정도를 달려가니 바닷가에 위치해 있는 '신라 모노그램 다낭' 호텔에 도착하여 여장을 풀었다. 깜깜한 밤중이라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만이 울려 퍼지고 있는 첫날 이었다.
여행 둘째 날 아침이 밝아오며 어둠속에 쌓여있던 주변의 모습들이 자태를 선보이고 있다.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야자수 나무가 수영장을 감싸며 서 있고, 원두막 같은 쉼터에서는 수영을 하다 지친 사람들이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엇다.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에는 고운 모래가 사막처럼 펼쳐져 있는 휴양의 일번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번 여행은 오전에는 휴식을 취하며 호텔시설을 이용하다가 오후가 시작되는 시간에는 특색 있는 점심식사를 위해 투어를 시작하는 것이었다. 한국인이 잘 먹는 주꾸미 삼겹살로 싱싱한 상추와 김치가 잘 어울리는 식사였다.
이곳 베트남의 음식의 요리는 덥고 습한 기후 때문에 먹을 만큼만 요리해서 먹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처럼 냉장고에 조리해서 저장해 놓고 먹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어느 면에서는 먹을 만큼만 조리해서 먹으니 냉장고가 클 필요가 없다고 본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비는 우리들 여행을 힘들게 한다. 식사 후 특이한 체험을 할 수 있는 '호이안'으로 이동을 하여 한 곳으로 가니 한국인의 유명한 트로트 가수들이 노래를 유창하게 하며 관광객들을 모여 들게 하고 있었다.
다소 생소한 이름인 일명 '광주리 배'로 불리는 원통형의 배에 2명씩 태우고 물 야자수 나무가 늘어선 물길을 따라 사공이 배를 저어가며 노래를 부르거나 자유자재로 광주리 배를 돌리는 기술을 보게 하여 관광객들이 팁을 내게 하는 고도의 상술이었다. 광주리 배로 불리는 원통형의 배는 방수를 위해 소똥을 여러 번 바르고 말리기를 반복하면서 만든다고 한다. 작은 일에도 일거리를 만들어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이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실제로 여행을 통해 경험해 보는 것이 책으로 느끼는 이론보다는 살아가는데 소중한 자산이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필자와 아내는 노래를 하는 분의 요구에 의거 나도 모르게 함께 노래하며 춤을 추니 몰려든 관광객들이 부러운 눈으로 쳐다본다.
가수 '오승근'의 '내 나이가 어때서'와 가수 '박구윤'의 '뿐이고'의 노래가 강물을 춤추게 하고 비오는 것도 잊은 채 관광객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또 다른 볼거리인 도자기 마을로 들어섰다. 집집마다 황토색의 도자기와 앙증맞은 조그만 동물모형의 도자기가 눈길을 끈다. 설 명절을 대비해 복을 많이 받으라고 잘 사는 사람들은 주렁주렁 달린 금귤나무의 화분을 문 앞에 놓고 일반 서민들은 노란 국화를 문 앞에 놓는다고 한다. 도자기 명인이 직접 물레를 이용하여 작은 그릇을 만드는 것을 시연해 보이기까지 한다. 금귤을 외부인이 몰래 따먹으면 자기의 복을 가져간다고 믿기 때문에 먹지 않고 보기만 한다고 한다.
다음으로 찾은 곳이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호이안 올드 타운'이었다. 풍흥의 집, 광동회관, 내원교 등으로 역사적인 건축물을 둘러봤다. 내원교는 일본인들이 중국인 마을과 교류하기 위해 만든 목조지붕이 있는 다리로 양쪽 입구에는 개와 원숭이 조각상을 세워 지키고 있다고 한다.
광동(광조)회관은 베트남속의 작은 중국이라 불리는 곳으로 18세기 광저우에서 온 사인들이 지은 중국식 건물로 현재는 중국인들의 제단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유명한 삼국지에 나오는 '관우'을 모시는 절이기도 한데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었다. 풍흥의 집은 호이안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가 있는 곳으로 지금은 후손이 거주하는 집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저녁식사로 베트남 음식이 나왔는데, 우리들 입맛에는 맞지 않았다. 날이 어두워지자 쪽배를 타고 각자의 소원을 담은 종이배에 양초에 불을 붙여 강물에 띄워 보내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부부는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마음속으로 기도를 하며 소원을 빌었다.
셋째 날도 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다. 오전에는 할 수 있는 것은 가족과 함께 야외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것이었다. 나는 어릴 때 나쁜 기억 때문에 물을 무서워하고 수영을 배우려고 하지도 않았다. 같은 동네에 사는 육촌 형이 수영미숙으로 농업용수로 쓰이는 저수지에 빠져 하늘나라로 꽃다운 18세의 나이로 떠났기 때문이다.
아무튼 손자인 개구쟁이 녀석은 물 만난 고기처럼 수영을 좋아해 입가에는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물놀이를 끝낸 후 오후에는 호이산의 동굴 체험에 나섰다. 동굴 안으로 들어가니 이승과 저승을 판정하는 모습과 지옥과 천당으로 향하는 길을 잘 표현해 놓은 곳이었다. 이곳을 보고 나니 현실에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났다. 동굴밖 암벽에는 신기하게도 사막에서도 잘 자라는 선인장이 바위에 뿌리를 박고 있는 모습을 보니 생명력의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이 벌써 4일째로 접어들고 있다. 여전히 다낭의 날씨는 비가 계속해 내리고 있어 우비를 입고 다녀야만 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오전부터 투어에 나섰다. 그림에 자신을 포함하여 사진을 찍어보는 그림박물관이 이색적이다. 가족사진을 찍지 못하는 것이 단점이라고 할 수 있어 아쉬웠다. 이어지는 시장투어에서의 베트남들이 즐겨 입는 시원한 바지를 사기도 했다. 점식식사 후 정글 숲을 케이블카로 올라가는 오행산 투어는 비와 구름에 가려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특히나 손가락으로 다리를 받치고 있는 다리를 우비를 입고 사진을 찍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그래도 정상에서 손자를 위해 같이 손잡고 회전그네를 탈 것으로 만족 해야만 했다. 저녁식사를 위해 식당으로 가는 도중 도로를 달리고 있는 오토바이의 물결이 장관이었다.
가족 여행의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떠날 때가 됨을 알았는지 날씨가 쾌청하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나서 짐 가방을 챙긴 후 정들었던 방을 나와 체크아웃을 한 후 일행을 태운 버스는 족제비커피 맛과 염증에 좋다는 노니 맛을 보러 갔다. 이어서 월남 패망 후 보트피플이 되어 탈출할 때 숨진 사람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바닷가를 바라보는 언덕에 지었다는 영흥사를 찾았다. 너무나 뜨거운 햇살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필자를 비롯한 가족들은 건강하고 행복을 기원하는 기도를 드려본다. 한강유람선이라 불리는 야경투어는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음식 맛이 우리나라와 다른데도 끝까지 잘 버티어 준 손자 녀석이 대견스럽다.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더욱더 의젓해지기를 바래본다. 정들었던 일행들과 여행의 재미와 감동을 위해 열심히 설명하고 발로 뛴 가이드에게 감사를 표한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그리고 사돈부부와 같이 소주나 맥주 한잔을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여행은 또한,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현장을 살펴보고 그 지역의 삶의 모습을 두루 체험해보고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해 나가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다낭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청주행 비행기에 오르니 여행의 피로가 몰려온다.
필자 부부를 비롯한 사돈 부부와 며느리와 손자 모두가 다낭에서의 여행은 추억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것이다.
(2023. 1.21.쓰다)
덕천 염재균/수필가
염재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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