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초 세계는 두 번의 큰 전쟁을 겪었다. 1, 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은 피폐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2차 대전 후 이문을 본 나라가 있었다. 미국이었다. 미국은 유럽을 살리기 위해 제한없는 원조를 제시했다. 패전국 독일이 배상금을 갚을 수 있도록 융자해 주는 등 엄청난 규모의 돈을 쏟아부었다. 유럽이라는 안정적인 시장을 얻기 위한 투자였다. 세상에 공짜 돈은 없는 법. 세계대전은 미국이 세계 패권을 장악할 호재였다. 그야말로 세계의 모든 질서는 돈 다발을 쥔 미국의 야심대로 재편된 셈이다.
미국의 도움으로 일제에서 해방된 한국도, 미국에 패한 일본도 미국의 영향권에서 살아가는 처지가 됐다. 그 와중에 한국은 내전을 또 겪게 됐다. 한국전쟁은 미국과 소련의 동북아 패권 다툼의 장이었다. 두 강대국에게 한반도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먹잇감이었다. 그 틈바구니에서 일본에겐 한국전쟁이 회생의 기회였다. 패전으로 허덕이던 일본은 전쟁 물자 생산으로 금방 부국이 됐다. 전쟁으로 한반도는 초토화됐지만 일본은 쾌재를 불렀다.
짧은 기간의 세계사에서 굵직굵직한 사건을 처리한 미국은 명실상부 세계 제 1의 강대국이 됐다. 하지만 인간의 욕심은 제어가 안된다. 그래서일까. 잘 나가던 미국이 어느 순간 브레이크가 걸렸다. 한낱 장사꾼인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미국의 위기가 최고조임을 말해줬다. 세계화를 부르짖던 미국이 제 발등 찍은 격이다. 결론적으로 세계화는 빈부격차를 벌려 놓았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회의 주축인 중산층이 몰락하고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일자리가 사라졌다. 고육지책으로 금리를 낮추고 정부가 주택마련을 장려했다. 서민들은 너도나도 집을 사면서 빚이 늘어났다. 당연히 집값은 천정부지. 거기에 고위험상품도 쏟아지고 덫에 걸린 서민은 벼랑으로 내몰리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비극은 이렇게 탄생했다.
기시감이 든다.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 서민들은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과 오만 그리고 부동산 정책 실패로, 아무 것도 모르는 윤석열을 대통령 자리에 척 앉혀놨다. 민주당에 대한 화풀이였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없는 사람은 더 가난해지게 만든다. 돈이 돈을 버는 형국이다. 땅덩이는 작고 인구는 많은 한국의 딜레마다.
화천대유 대주주 감만배와 돈거래 한 한겨레 A 기자는 무주택자였는데 서울 강남권역의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고 한다. 강남의 아파트라! 로또를 맞은 것이다. 당장 목돈이 필요했으니 고민이 됐을 터. 그런 그에게 김만배는 구세주였다. 자그마치 9억원. A 기자는 돈을 받으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드디어 내 집이 생긴다, 그것도 강남에 있는 아파트, 눈 질끈 감고 받자, 아무도 모를 것이다, 세상 다 그런 것 아닌가…. 돈 만큼 유혹적인 것도 없다. 인간은 돈 앞에선 이성을 잃기 십상이다. 눈 앞의 돈 때문에 또 한 인간이 망했다.
한겨레가 창간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지난해 가을 한겨레는 '한겨레 신뢰보고서'를 만들어 공개했다. 154 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다. 이 보고서는 자사 기사를 매섭게 평가하고 반성과 성찰을 담으면서 한겨레에 대한 신뢰를 독자에게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동적이었다. 나는 보고서를 출력해 책상 서랍에 넣어뒀다. 한겨레에 대한 믿음이었다. 그래서 슬프고 안타깝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어딨겠냐만 한겨레는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돈과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 한겨레. 가능할까. <지방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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