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열 대표 |
물론 대형화재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기존센서에 무선통신을 추가해 소방대로 바로 메시지를 보내 화재 초기진압을 위한 골든타임을 좀 더 확보한다거나 혹은 불에 잘 타지 않는 마감재를 권유하거나 동시에 기존 소방법에 엄격한 안전기준을 강화해왔으나 정작 화재상황은 호전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바로 기존 화재감지와 소방시스템을 보완할 혁신적인 방안이 필요로 함을 뜻한다.
우선 기존 시스템을 요약하면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천정에 설치된 화재감지센서(연기센서, 불꽃센서, 열감지기)가 이를 감지해 자동으로 비상벨이 울리고 안내방송이 송출되며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고 동시에 소방대에 알려 진화한다. 즉 기존 시스템은 불이 난후 수습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무엇보다 불이 나면 진화하기 어려운 대상에서는 대단히 부적절한 방법이다. 일례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지하공동구, 화학창고, 의류물류창고 등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대가 오더라도 거의 전소된다. 다음에 예시할 지하주차장도 역시 이와 유사한 경우가 된다.
약 4개월 전 대전 현대아울렛 지하주차장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졌다. 최근에 신축한 대형 쇼핑물이기 때문에 화재가 일어나리라 생각하지 않았었다. 이번 화재는 저에게 많은 지하주차장의 화재감지상태를 관찰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여기서 놀란 점은 화재감지를 위해 천장에 열감지가만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다. 열감지기가 반응할 시점은 이미 화재가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이고, 갈 곳을 잃은 연기와 가스는 주차공간에 적재된다. 그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차량이 폭발되었다면 인접한 많은 차량이 피해를 입게 된다.
한마디로 지하주차장은 그대로 화재위험에 노출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화재 확산을 차단할 방화셔터나 방화문, 불이 났을 때 연기를 밖으로 빼내는 제연설비, 천장 마감재료 등이 화재확산을 저지하는 데 도움은 될 수 있으나 결코 근원적인 방안은 될 수 없다. 더구나 최근 전기차가 늘면서 열폭주에 의한 화재위험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추세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지하주차장 화재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발화 이전의 주차장 화재환경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하주차장 공간 전체에 대한 온도모니터링을 수행한다. 즉 열감지기보다 10배 정도 작고 가벼운 온도 센서모듈을 스프링클러 물 공급 파이프 높이의 평면에 그물망 형태(약 3.2 x 3.2m)로 설치하고, 전기 충전기 주위에 설치해 충전기의 과열상태를 측정한다. 각 기둥과 주차 벽면의 각 차량 배기관 높이에 설치하면 실시간 공간 온도 모니터링이 효율적으로 이뤄진다. 참고로 약 100평 주차면적에 대한 공간 온도 모니터링에는 약 70개의 온도 센서모듈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화재사고는 정상 환경에서 발화 이전까지의 과정 즉 발화 이전 과열과정을 갖고 있다. 한겨울의 지하주차장은 20℃를 넘지 않는다. 그런데 공간의 어느 센서가 23℃를 보여준다면 편의상 이것은 '이상온도'라 칭한다. 이때에는 화재담당자에게 주의 메시지를 모바일을 통하여 전송한다. 만약 그곳이 일례로 5℃ 증가한 28℃를 보여줌에도 불구하고 담당자가 확인하지 않으면 또다시 주의 메시지를 전송하며 이러한 과정은 담당자가 현장을 확인할 때까지 진행한다. 여기서 '이상온도'기준은 계절에 따라 유동적으로 정할 수 있다.
이번 현대아울렛 화재원인이 화물차 배기구 과열로 인한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공간 온도 모니터링은 그러한 화재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훌륭한 수단이 되었을 것으로 본다. 만약 주차장 입구에 공간 온도모니터링 결과를 전광판에 담아 공개한다면 이것은 바로 지하주차장 안심시스템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김중열 (주)소암컨설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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