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달리기 시작했다. 계묘년(癸卯年)의 시작이다. 띠는 2월 4일 입춘을 기준으로 한다. 황도 즉, 태양의 길을 스물 네개로 나누어보는 양력이다. 이제 곧 검은 토끼의 해가 시작될 것이다. 수궁가를 들어 보았다.
수궁가(水宮歌)는 토끼가 자라의 꾐에 빠져 용궁에 가서 간을 빼앗기고 죽을 뻔하였다가 기지를 발휘하여 살아 돌아오는 이야기를 토대로 하는 판소리이다.
나만의 해석을 해본다.
힘든 '코로나19'라는 독수리도 사라지고 토끼를 이용하려던 별주부도 용왕님의 병을 정성으로 치유하니 토끼는 산중에서 평화롭게 늙어갈 것이다.
10간(干)의 마지막인 계(癸)와 12지(支) 중 네 번째 동물 토끼인 묘(卯)가 만난 해이다. 계(癸)는 검은색을 뜻해 '검은 토끼의 해'로도 불린다. 검은 토끼는 어떤 동물일까?
토끼는 다산(多産), 풍요, 영민함의 상징이다. 임신을 하게 되면 자궁 2개에 동시에 착상이 된다. 그래서 출산할 때 한 번에 여러 마리의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신묘한 동물이다. 검은색은 지혜를 상징한다. 거북이도 호랑이도 심지어 여우조차도 토끼의 재간을 당해내기 어렵다.
용왕님의 초대장을 받은 유일한 동물이다. 용궁 구경을 호사롭게 하고 극진한 대접을 받고도 천연덕스럽게 살아 돌아온 귀하신 몸이다. 위기에서도 자신을 구하는 재치가 하늘에 도달했으니 과연 처세술의 최고자이다.
유년 시절 내내 달에 살고 있다고 믿어온 동물이다. 인류가 달에 갔다 왔어도 여전히 계수나무 옆에서 방아를 찧는 모습으로 기억하고 싶은 추억의 동물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의 산소도를 측정하기 위해 토끼를 함께 실어 보냈다. 산소에 민감한 토끼를 이용해 농도를 측정했다. 토끼가 이상 반응을 보이면 잠수함은 바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토끼의 민감함은 인간에게는 생명의 안전장치였다. 2023년 누가 잠수함의 토끼가 되어줄 것인지?
호랑이, 늑대, 여우 등등 많은 포식자 동물들이 살아남을 수 있게 해 준 고마운 동물이다. 토끼똥은 최고의 비료이다. 질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그 많던 산토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풀숲 여기저기에서 뛰어놀던 솜뭉치 인형 같은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나러 갔을까? 그녀가 미궁으로 빠져 헤멘 곳이 바로 토끼굴이다.
"토끼가 용궁에 가도 살 길은 있다 "는 속담이 있다. 2023년 경기가 바닥으로 향할 것이다. 위기 속에 또 다른 굴을 파놓은 토끼처럼 미래를 준비하는 한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깡총깡총 뛰면서 토실토실 알밤을 많이 줍는 한해, 네 잎 클로버 가득한 들판에서 뒹구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경기가 회복될 모습이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다 같이 가난해지면 진정한 풍요로움이 올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해본다. 지혜, 처세술의 달인, 영묘함, 다산과 풍요의 상징인 계묘년이다. 올해 힘들지만 미리 준비하고 도약하면 못 넘을 산은 없을 것이다.
그 많던 산토끼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솜뭉치처럼 사랑스럽고 예쁜 호기심 많은 검은 토끼가 되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세계도 가보았다.
어딘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곳에 또 다른 길이 열리는 한 해가 될 것이다. 토끼는 사회적 동물이다.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고 사람처럼 외로움을 많이 탄다.
행운의 네 잎 클로버는 찾는 이에게 나타나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지만 열심히 멈추지만 않는다면 분명 성공하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온 국민 모두가 2023년 한 해 행복했으면 좋겠다. 한바탕 흐드러지게 핀 토끼풀로 가득한 들판에 검은 토끼가 되어 굴러보는 꿈을 꾸어보자. 긴 뒷다리로 껑충 뛰어오르는 한 해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정온 / 수필가
정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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