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 |
올해로 8년째 대전에서 청년 오케스트라 단체를 운영 중인 한동운 씨의 말이다. 지역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이들은 많지만 졸업 후 음악인으로서 길을 걷는 이들은 몇 안 되는 현실에 한 씨는 2015년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충청권 대학의 졸업생들을 모집해 사회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시작한 오케스트라에는 벌써 70명의 단원이 소속돼 있다. 코로나19로 모든 공연계가 얼어붙어 있을 때 2020년부터 3년간 14번의 크고 작은 음악회를 연 것은 유벨톤 심포니의 큰 자랑거리다. 힘든 와중에도 대출까지 받아가며 공연을 올렸던 이유는 음악인들이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을 한 씨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한동운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모습 |
"처음에는 편견을 깨기 위한 문화 운동처럼 시작했어요. 학교 연습실보단 무대에서 경험을 해봐야 이 길을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알 수 있잖아요. 유학을 다녀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 2010년부터 5년간 아이들하고 활동했지만 결국 사람들의 인식을 깨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2015년에 오케스트라를 만들었어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충청권 전역 대학 음악 전공 3~4학년 학생들로 모집대상을 확대했어요. 함께 공동으로 노력하자는 의미에서."
청년들의 의지가 한데 모인 만큼 유벨톤 심포니는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매년 3월 정기연주회를 시작으로 기획연주회를 5회 이상 열고 있다. 정기연주회에선 웬만한 오케스트라에서 쉽게 손대지 않는 난곡들을 선보인다. 기획연주회를 통해선 '무서운 음악회', '라틴 클래식', '독립운동 헌정음악회' 등 유벨톤의 색채를 드러내고 있다. 단원들의 솔리스트로서의 역량을 위해 현악, 관악, 타악 등 악기별 앙상블 연주회를 열기도 한다. 소속 작곡가의 창작 신곡도 매년 발표한다. 모든 연주회의 기획과 연출, 대본 작업은 예술감독인 한 씨가 하고 있다.
"우리는 음악회 통해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에요. 완성도 있는 음악회를 만들어내는 것 플러스 준비하는 과정을 소중히 여깁니다. 클래식이 브랜드 가치가 없고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작년 10월에는 콘텐츠 확장을 위해 지원사업 도움 없이 창작뮤지컬도 만들기 시작했어요. 다른 팀들은 돈이 얼마나 많길래 그러냐며 미쳤다고 하지만 우린 돈이 들더라도 우리가 열고 싶은 공연 열자는 주의입니다."
유벨톤 심포니 오케스트라 모습 |
"오케스트라 창단 전 지휘자와 악장을 섭외할 때도 '우린 희생이 기본이다'라는 걸 전제로 시작했어요. 급여도 모든 임원진과 단원들은 n분의 1이 원칙입니다. 코로나19로 어려웠을 때 꾸준히 공연을 올렸던 건 큰 자랑거리예요. 결론적으로 단원들 멘탈이 나가지 않았거든요. 돈을 벌기 위해 몇몇이 물류센터로 향할 때 적게라도 아이들이 음악으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주자는 생각에 이어왔어요. 그래서 액수에 대한 개념을 버렸어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하기 시작했고 우리 팀이 어떤 색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지난 18일 베토벤 시리즈 공연 포스터 |
"베토벤 교향곡 시리즈를 올해 진행한다는 건 연극 하는 사람이 1월부터 9월까지 매달 연극을 올리는 것과 같아요. 이렇게까지 하는 건 단원들이 공부한다는 목적도 있고 베토벤을 선망하는 이유도 있죠. 클래식이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베토벤의 생애나, 음악감상을 재밌게 하는 방법을 해설해주고 시각적인 만족감도 채워주려 해요."
관람은 무료다.
"베토벤 1번부터 8번까지는 전 석 무료로 자발적 후원을 받으려 해요. 지금도 불안하긴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팬으로 1000석을 채우고 꾸준한 후원 그리고 유료티켓으로 먹고사는 것이에요. 그러기 위해선 우리의 음악을 많은 사람이 감상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첫 번째에서 무료로 공연을 관람한 사람이 두 번째도 무료라고 하면 또 오지 않을까요"
유벨톤을 거쳐 지역에서 자립한 청년 음악가들을 보면 한 씨는 뿌듯하다. 그는 "여기에 있다가 강남심포니에 간 친구도 있고 실내악 팀을 만든 아이들도 있다. 요즘엔 지역에서 실내악 연주단체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유벨톤의 효과"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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