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절제된 덕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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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절제된 덕담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3-01-2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설날이다. 같은 날이건만 부르는 이름도 제각각이다. 설, 음력설, 구정, 정월초하루로 부르기도 하고, 단월(端月), 세수(歲首), 신일(愼日), 연수(年首), 원단(元旦), 원일(元日) 등 한자말을 쓰기도 한다. 한때는 민속의 날로 불리기도 했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날이다. 그러니 새날이요, 낯설다. 거기에, 한 살이 더 늘어나니 자중하고 근신하자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말이 '설'이다. 또한 오랜 세월 함께해온 전통문화이다. 음력 정월 초하루를 부르는 말은 설로 통일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음력이 옛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달의 운행 시간에 따른 날짜 계산법 아닌가? 오늘날도 유용하며 변화가 없다. 1896년 1월 1일부터 고종의 명으로 양력이 사용되었다. 세계적으로 일치된 명칭이 필요하니 그 또한 유용하다.

오는 6월 28일부터 '만 나이 통일법'을 시행한다고 한다. 1살이 되기 전에는 개월 수로 표시하다, 태어나 12개월이 지나면 1살이 된다. 만 1살이 되기 전에도 나이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때문에 세기를 표시할 때 0 ~ 99년을 1세기로 계산한다. 어렸을 때에는 하루하루 다르게 성장차가 있다. 때문에 정하지 않았어도 월로 묻고 답했다. 십여 세 이상이 되면 수개월의 차이는 느끼지 못한다. 장년이상이 되면 십여 년 이상도 구분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구분점이 있어야하기에 공동 기준법이 사용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이제, 같은 해에 태어났어도 서로 나이가 다르다. 같은 나이끼리 갖는 동질감도 사라진다. 때문에 간지(干支) 등으로 동질감을 찾을 것이다. 어느 경우이던 인식하고 사용하면 문제 될 것은 없다. 통일된 방식 역시 필요하다. 다만, 불합리하다는 설명이나, 서양이 더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바른 것이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만남은 우리를 새롭게 한다. 당연히 만나는 대상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만남의 장을 마련한다. 명절도 그 중 하나이다. 뿔뿔이 흩어져 살던 가족 또는 일가친척과 만나는 날이다. 한때 동고동락했던 지인도 만난다. 그런 만남이 다른 만남과 같을 리 없다. 의미심장한 날인 것이다.

그와 같은 만남이 의미가 퇴색되거나, 점점 사라진다. '명절증후군' 등으로 폄훼되기도 하고, 여행 등 다른 방식으로 축소되기도 한다. 뉴스를 접하다보면, 기피하고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수고로움 없이 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사회적 동물이라서 만이 아니다. 일가친척이나 지인만큼 서로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대상이 어디 있는가?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거리뿐이 아니다. 시간도 마찬가지다. 잠깐은 혼자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오랜 시간 혼자 살아가기는 어렵다. 함께 가는 사람이 바로 동반자요, 더불어 가는 사람이 이웃이다. 가장 적합한 동반자가 명절에 만나는 사람이다. 디딤돌이지 걸림돌이 아니다. 주저하고 거부하기보다, 만남의 기쁨과 즐거움을 먼저 생각할 일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수년 전부터 장남이라는 이유로 차례 및 음식상을 준비했다. 장도 봐야 되고, 음식도 준비해야 한다. 이전에는 시키는 대로 하면 그만이었다. 책임자는 일에 대한 책임뿐이 아니라 각종 의미도 되새기게 된다. 선악도 따져야 한다. 더 행복한 만남을 위해 서로 삼가야 할 일이 있을 듯싶다.

오지랖이 넓다고 하는 것은 남을 배려하고 감싸는 마음이 넓다는 좋은 뜻이다. 반면, 관심과 친절이 지나치면 참견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이 역시 오지랖이 넓다고 하나,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

학교성적, 진학, 결혼시기, 출산 등에 대한 질문은 젊은이의 접근을 가로막는다. 관심의 표명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나이가 더 많다는 우월적 위치에서 하는 말은 간섭이 되기 쉽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판에 간섭하면 멀어진다. 서로의 이해에 필요한 것을 말하게 하고 잘 들어주는 것이 최선이다.

누구나 비교당하는 것은 싫어한다. 누가 어떠했다고 은연중 비교하는 말조차 삼가야 한다. 칭찬은 몰라도 가까운 사람 뒷담화 역시 조심해야한다. 덕담이상의 훈계 역시 삼가자. 행동이 반면교사임을 상기하자. 말로 가르치는 것은 상대가 부담스러워 한다.

단정한 복장으로 함께해야 한다. 일상적인 만남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오랜만에 갖는 기쁨의 순간 아닌가? 서로에게 좋은 느낌, 좋은 영향이 필요하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싹싹함으로 메꾸자. 내가 먼저 시원시원하게 행하는 것 같이 좋은 방법이 없다. 내가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를 먼저 해소하면 된다.

SNS가 생활화되다 보니 앉으나 서나 전화기를 들여다본다. 이 역시 명절엔 삼가자. 전화기를 잊자. 서로 눈 맞추고 함께하자. 열심히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도 삶의 중요한 덕목이다.

일 년 내내 행복이 가득해야 하겠지만, 설날부터 행복이 가득하도록 준비하자.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시인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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