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필 교수 |
당시 이장우 대전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취약계층이 있는 병원 등 일부 공간을 제외하고 개인 자율에 맡길 때가 됐다. 중앙 정부가 획일적으로 결정할 게 아니라 시·도지사가 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고 "12월 15일까지 중앙 정부가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해제하지 않으면 행정명령으로 자율결정하겠다"라는 구체적 대안을 언급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새해가 들어서도 아직 별다른 변화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난 15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해제 시기를 정확히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중대본 회의에서 언급된 네 가지 객관적 지표 즉, 환자 발생 안정화, 위중증 사망자 감소, 안정적 의료대응 역량, 고위험군 면역 획득 중 두 개의 지표, 즉 확진자 수와 병상 가동률은 충족되었지만, 중국 등 해외 유입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대전시가 실내마스크 자율화를 요구한 지 한달 가까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는 점에 대해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우선 분명한 것은 일반 국민 처지에서는 실내마스크로 인한 불편함은 계속되었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요구되고 있고, 위반하면 10만 원 과태료를 부과할 '권한'과 '의무'가 유지되었다.
실내마스크 해제를 요구했던 대전시의 그간 입장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당시에 했던 주장을 중앙 정부의 입장에 눌려 포기하고, '행정명령으로 마스크 해제를 자율결정하겠다'라는 입장을 포기한 것 같다. 한 번 질러보았지만, 단호하게 나오니 그냥 주저앉고 만 것은 아닌지 싶다. 마스크 관련해서 실질적 결정을 하는 중대본이나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입장도 '과학'방역이라 부르기 힘든 것 같다.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 과학적 표현이라 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서 결정하겠다'는 말이지,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서 결정하겠다'고 하지 않았다. 과학 방역이라고 하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정치방역이라고 하기도 해매한 상황이 벌어졌다. '과학 방역'이든 '정치 방역'이든 누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 존재감을 드러냈을 뿐이지, 실내마스크 착용으로 불편함을 넘어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들도 있다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지난 한 달여 기간을 지나면서 분명해진 것은 실내마스크 규제와 관련해서 누가 갑인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결과적으로 대전시는 갑이 될 수 없는 을이었고, 전문가들보다 중대본이나 보건복지부가 갑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심지어는 과학 방역을 외쳤던 여당보다는 정부나 대통령실이 갑이라는 점도 분명해 보인다. 결과적으로 보면 일반 국민은 실질적으로 을의 위치에 있음도 분명해졌다. 실내마스크로 인한 불편이 계속되고 있는데도 누구하나 진정으로 공감해주지 않고 있다는 느낌이다. 한 달여가 지나도 새로운 말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팬데믹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에 의해 끝난다'라고 한다. 어떤 팬데믹도 종식되었다는 과학적 증거를 가지고 종식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확진자 수라든지 마스크를 쓰냐 마냐에 더는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게 되는 날이 팬데믹이 종식되는 날이다. 이렇게 보면 '과학 방역'이나 '정치 방역'이라고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고통을 겪고 있는 일반 국민과 충분히 설득력 있게 소통하는 것이 먼저이고 근본임에도 한달여 시간이 거저 지나갔고, 코로나 3년 차도 지나가고 있다. /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