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많이 낯설지 모르지만 북한에는 숙박 등록증이라는 것이 있다.
숙박등록증이란 친정집이나 지인 집에 놀러가서 하루 이상 묵게 될때 미리 아파트 통장(북한의 아파트 인민반장)이나 마을이장들한테 있는 숙박 등록증에 숙박 등록기록을 하는 문서책을 말한다. 매번 숙박 등록하는 것이 번거롭기도 하지만 북한주민들은 많은 애로사항을 감내하고 숙박등록기록을 해야 한다.
그 실례를 보여주는 것으로 북한의 '대한추위'라는 영화가 있다. 영화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 남성은 지방출장 온 지역이 고모집 근처라 잠깐 들렸는데 울고 웃으며 수다를 떨다가 깜빡 숙박등록을 못했는데 '하루쯤이야 누가 단속 나오겠냐' 하며 방심하고 있었다. 그러다 집 밖에 인민반장과 같이 온 안전원(경찰)을 보고 숙박검열을 나온줄 알고 놀라서 허둥지둥 숨을 데를 찾으며 방황하던 찰나에 베란다 독 옆에 내복 차림으로 숨어 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고모집에 찾아온 안전원이 숙박 검열온게 아니라 오랜만에 찾아온 친척이였다. 집주소를 몰라 물어물어 인민반장의 안내로 겨우 친척집 찾아왔는데 고모도 뜻밖에 반가운 친척을 만나 그간 지나온 이야기를 나누다가 베란다에서 추위에 떨고있는 조카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날이 하필 1년에 한번 오는 대한추위 날이었다. 한참 수다를 떨다가 고모가 문득 숨어있는 조카 생각이나 베란다 문을 열어 찾으니 조카는 온몸이 꽁꽁 얼어 실신 직전이였다. 몸을 닦아주고 주물러주며 온 식구가 야단법석을 하고 시간이 지나 몸이 다 나아 추스리고 집으로 돌아갈 때쯤에야 숙박등록을 하지못한 자기잘못을 뉘우치는 장면으로 끝난다.
어찌보면 요즘 남한의 젊은이들 말로 '웃픈'일일지도 모른다. 내 친척집에 가는데도 여행증을 발급 받고, 숙박기록을 해야 머무를수 있는 이런 단적인 제도만 봐도 자유가 절실해 보이는 북한이다.
하루속히 통일이 되어 북한주민들도 여행증과 숙박 등록이 없는 자유로운 세상에서 가고픈 데로 마음대로 갈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아산=한복희 명예기자(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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