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하루동안 현금으로만 살아 보니…버스 이용부터 '큰 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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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하루동안 현금으로만 살아 보니…버스 이용부터 '큰 벽'에

시내버스 탑승해 요금 계좌이체로
대중교통·개인카페서도 땀 '뻘뻘'
고령층 등 디지털취약층 대책 필요

  • 승인 2023-01-18 17:14
  • 수정 2023-01-19 09:22
  • 신문게재 2023-01-19 5면
  • 이유나 기자이유나 기자
입금 계좌
17일 대전 시내버스에서 받은 계좌이체 안내 종이.
"카드가 없는데 버스비 계좌이체 되나요?"

17일 오후 3시께 대전 중구 서대전네거리역 2번 출구 정류장에서 탄 대전 시내버스에서 꺼낸 첫마디였다. 대전 시내버스 전 노선은 2022년 7월 1일부터 현금 없이 운행되고 있다. 카드가 없는 상황에서 고육지책으로 짜낸 방법은 '계좌이체' 였다. 버스 기사에게 계좌 번호가 적힌 종이를 받고 줄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피해 모바일 뱅킹으로 돈을 보냈다. 사람이 붐비는 출퇴근 시간이 아니라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교통 카드를 이용할 때와 달리 거리가 멀든 가깝든 1400원을 내야 했으며 환승도 되지 않았다. 교통카드 결제 시 성인 기준 1250원이다.

기자는 이날 하루 동안 현금으로만 살아봤다. 신용카드나 모바일 결제가 현금을 대신하며 일반 시민들에겐 편리한 점도 있지만, 장애인이나 노인 등 디지털 취약계층에겐 불편함이 커 이들을 위한 대책도 필요해 보였다. 버스 이용 시 현금으로 결제하는 소비자는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했고, 시간도 오래 걸려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현금사용선택권'이란 결제 수단에서 있어 현금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2000년대 이후 신용카드, 모바일지급수단 등의 이용이 늘어나며 스웨덴 등 현금 없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한 국가에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ATM(현금입출금기) 감소로 인한 현금 접근성 약화, 취약계층의 금융 소외로 인한 소비 활동 제약, 공적 화폐유통시스템 약화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2022년 말 기준 화폐 발행 잔액 증가율이 1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빠르게 '현금 없는 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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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방문한 대전의 은행 창구 ATM엔 노인들이 대다수였다. 사진=이유나기자.
현금으로만 살기 위해선 ATM 방문이 필수였지만, 은행 지점이 줄어들며 ATM 이용도 쉽지 않았다. 그나마 방문했던 점포엔 ATM 여섯 대 중 한 대가 고장이 나 있었다. 창구를 방문한 고객들은 노령층이 대다수였으며, 오랜만에 종이 통장도 볼 수 있었다. 아직도 노인들에겐 오프라인 은행이 익숙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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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방문한 대전 중구 오룡역 승차권 발매기. 사진=이유나기자.
ATM에서 현금 5만 원을 찾아 향한 지하철 승차권 발매기는 1000원 단위 아래로만 사용할 수 있었다. 안내 센터에 문의하니 담당 직원은 "5만 원을 만 원짜리로 바꿔 줄 테니 디지털 발매기로 가서 승차권을 교환해야 한다"며 "아날로그 기계는 만 원짜리를 이용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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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방문한 대전 동구의 한 카페는 계좌이체를 비롯한 현금을 받지 않는다. 사진=이유나기자.
스타벅스, 노브랜드, CGV 등 대형 프랜차이즈는 물론 소규모 카페도 현금을 받지 않는 곳이 늘어나면서 현금사용 선택권이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 동구의 한 카페는 결제 시 계좌이체를 포함한 현금을 아예 받지 않는다. 카페를 운영하는 A씨는 "거스름돈을 갖추는 것이 번거로워서 수수료가 들더라도 현금을 받지 않는다"며 "카드가 없으면 카카오페이와 같은 간편 결제로 지급해야 한다"고 답했다. 간편결제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용한 적은 처음이라 한참을 당황했다. 현금 없는 사회는 소비자에게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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