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만 원장. |
생각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의지가 있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돌파구를 찾을 수 있으련만 지금의 내 처지는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니 어찌 보면 생각이 많다기보다는 공포감이 내 주위를 엄습해 옴을 느낀다.
잠자고 있을 때 지금 엄마 그러니까 새로운 엄마 즉 숲의 여주인 아니 나한테는 생명의 은인이라고 불러야 하나 구세주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엄마가 나의 머리를 만지며 해준 한마디에 내 주위를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공기가 대기 기류의 변화로 한순간에 바뀌는 것 같은 기적을 온몸으로 느끼며 감격하고 있었다. "아유 불쌍한 바우! 앞으로는 내가 네 옆에 있어 줄게."
운명이란 이런 것이구나!
신의 존재를 부정하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이런 사명을 주시기 위해서 그토록 많은 시련을 내게 주신 거구나. 순종이 아니어서 느꼈던 비애감, 광견병 주사 후유증으로 남은 다리 마비, 힘겨운 치료와의 싸움 모든 것이 지금의 엄마 아빠를 만나게 하기 위한 신의 계획이셨고 내게는 나의 고통뿐만 아니라 여기 병원에 오는 친구들의 아픔과 절망과 고통이 희망과 행복으로 변하는 과정을 낮은 자세로 보고 느끼고 이것을 전달하라는 사명을 주신 거구나!
'저는 시각장애인입니다. 도와주세요'를 어느 지나가던 사람이 '세상은 참 아름답네요. 그런데 저는 그걸 볼 수가 없네요'라고 바꾸어 주던 장면에서 내가 한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었던 옛일이 문득 생각난다./ 김종만 메디컬숲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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