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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대전시가 제2시립미술관과 음악전용홀 등 문화예술 시설 건립을 대거 추진하지만,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부지 확보에서부터 수천 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 때문이다.
15일까지 취재결과, 올해 대전시는 제2시립미술관과 원로예술인 특화 전시관, 제2문학관, 제3시립도서관, 서예진흥원 등 문화시설 건립을 위해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간다.
제2시립미술관은 2030년까지 전시 공간 확충은 물론 과학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보여주는 건축물로 건립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 본예산에 1억 2000만 원의 연구용역비가 담겨 3월부터 조성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진행한다. 현재 2만 6446㎡ (8000평~1만 5000평) 규모로 예상하는 가운데 입지에 따라 사업비가 달라지겠지만 대전시의 예상 사업비는 1202억 원에 달한다.
원로예술인 특화전시관 조성 역시 올해부터 본격적인 입지 물색에 나선다. 대전시는 근대건축물 또는 원로작가 고택 등 역사성이 담긴 건축물을 활용해 매입, 임대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제2문학관은 2028년까지 사업비 300억 원을 투입해 5044㎡ 규모로, 중구 대흥동의 테미예술창작센터 건물 철거 후 신축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서예진흥원, 서구청과 공통공약 사항인 제3시립도서관 설립을 위해 올해 연구용역을 진행한다.
수년 전부터 지역 음악인들이 요구해왔던 음악전용홀 건립을 위한 입지 검토도 들어간다. 현재 대전 예술의전당 연간 가동률이 70%를 초과해 공연장 대관이 어려운 가운데, 클래식 공연 중심의 음악당 건립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예상 부지 면적 3만㎡에 콘서트홀 2000석 규모를 갖추고 접근성까지 좋은 입지를 찾아야 하는 것이 관건인데, 추정 사업비만 2500억 원에 달한다.
해당 공약들이 모두 실현될 경우 대전의 문화예술 활성화는 당연지사지만 기대감만 자아내고 자칫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앞으로 문화시설 건립 사업의 경우 '전액 지방비'로만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균형발전 특별회계 사업들이 지방으로 이양됐는데, 문화시설 조성 사업 역시 마찬가지다. 2026년까지는 국비 보조율이 보전되지만, 지방소비세율을 인상하며 이후부터는 자치단체에서 알아서 예산액을 정해야 한다. 결국 단체장 의지에 달린 것인데, 문화예술 외에도 각종 개발 사업들이 예정된 만큼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역 문화계 관계자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예산만 봐도 1조 6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현재 추진 중인 문화시설 건립에 추정 예산만 4000억 원이 넘게 들어 실현될지 미지수"라며 "문화시설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도 중요한데, 외관에만 치중하지 않을지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화계 관계자는 "그동안 예술인들이 요구해왔던 것들을 공약에 다 집어넣긴 했지만, 외부에서 보기엔 안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어 보인다"며 "음악전용홀도 민선 7기 때 3년을 고민했어도 결국 입지조차도 결정 못 했었다. 차라리 미술관이든 음악전용홀이든 선택과 집중을 해 대전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하나라도 제대로 짓는 것이 낫다"고 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행정절차만 해도 3년에서 7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지만, 첫발을 떼고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이라며 "국가 공모사업 등 예산 확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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