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건 포커스온 대표 |
기업 입찰 PT 전문 프레젠터로 일할 당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앞에서 발표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만 해도 몸이 떨려오고 긴장되는 사람들에게는 가장 궁금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내 주위에는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차라리 교통사고라도 났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하는 지인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매번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직업인 사람은 긴장을 느끼지 않을까? 답은 그렇지 않다. 일주일에 3~4건의 발표를 하는 필자도 똑같이 긴장과 떨림을 느낀다. 단지 그 감정이 견디지 못할 수준이 아니라 기분 좋은 '설레임'으로 느껴지는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이렇듯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는 행위 자체는 긴장이라는 단어와 멀어질 수 없다. 긴장감을 완전히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다만 느끼는 긴장감의 최대치를 100이라고 했을 때 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바로 '말'을 제어하는 것이다. 잠시 상상해보자. 30분 뒤 수많은 청중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나는 어떤 말을 머릿속에 떠올릴 수 있을까? 아마 "긴장하지 말고 잘하자", "실수하지 말자", "절대 떨면 안돼" 등과 같은 말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바꿔야 한다. 그동안 떠올린 말들은 되려 몸을 긴장시키고 떨리게 만드는 문장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이는 '뇌'와 연관이 있는데, 뇌 과학자들의 의견에 따르면 우리 뇌는 부정어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뇌는 부정어를 처리하지 못하고 앞에 나온 키워드와 관련된 이미지를 떠올리고 상상하면서 언어를 해석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나무에 부딪히면 안 돼!"라고 하면 길가에 나무가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정도로 나무만 보이게 되고 오히려 나무를 피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이럴 때는 "나무에 부딪히면 안 돼"가 아니라 "길을 따라가"처럼 부정어를 쓰지 않는 문장으로 전환하는 게 긴장 완화에 좋다는 얘기다. 또 하나의 예로 회사에 자주 지각하는 팀원에게 충고를 해주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김 대리, 내일은 지각하지마”라는 말보다 "김 대리, 내일은 일찍 와" 혹은 "시간 맞춰와"와 같이 부정어를 쓰지 않고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 그렇다면 "긴장하면 안 된다"는 외침은 뇌가 어떻게 해석하게 될까? 뇌는 긴장이라는 키워드를 인식해 내가 그동안 긴장을 느낀 순간이나 긴장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생각해 몸이 긴장 상태를 기억하게 끔 만든다.
그렇다면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하는 순간 우리는 어떤 말을 생각해야 할까? 100억의 매출액이 걸린 입찰 프레젠테이션 시작을 앞두고 나는 이 문장을 떠올렸다. "반드시 준비한 만큼 보여준다." 이 외에도 "잘해낼 수 있다, 어차피 지금 나보다 더 잘할 사람은 없어", "내가 최고야" 혹은 "아, 몰라! 어떻게든 되겠지" 등과 같은 문장을 생각하며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는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생각하는 대범한 마음과 내가 최고임을 되새기는 말을 떠올린다면 우리는 긴장되는 그 시간을 이겨내고 해낼 수 있다.
이는 꼭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라 면접이나 사내 보고를 할 때도 적용할 수 있다. 나를 어필하거나 내가 준비한 만큼의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순간이라면 긍정의 말 한마디를 꼭 떠올려보자. 만약 생각나는 문장이 없다면 내가 스스로에게 외칠 수 있는 긍정언어는 어떤 말이 있는지 나만의 긍정문장을 고민해볼 것을 추천한다. 이를 적시에 활용한다면 분명히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단, 내가 프레젠테이션이나 보고를 위해 준비한 시간에 후회가 없을 만큼의 연습과 노력이 수반되어야 함을 잊지 말자.
/박미건 포커스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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