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정형식 과장 |
재벌집 막내아들이 무역을 하면 어떨지 생각해본다. 어디로 수출을 할까? 어느 나라에 진출할까? 이미 겪었던 경험으로 미래를 그려야 하는 나라가 어디 일지 생각해보니 베트남이 떠오른다.
베트남은 우선 우리나라와 문화적으로 닮은 점이 많다. 프랑스가 식민지배하기 전까지 한자를 사용했다. 한국을 가장 비슷하게 발음하는 말이 베트남어이다.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출발한 노인공경과 가족공동체, 정이 있는 문화도 닮았다. 5년 전 한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 청년층 70%가 한국문화에 동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고 한다.
경제성장은 과거 우리나라의 고도성장기를 떠오르게 한다. 지난 10년간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연평균 6% 이상 경제성장률을 보였으며,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베트남의 1인당 GDP는 2006년 784달러에서 2021년 3694달러로 4.7배 증가했다. 서울 한강의 기적처럼 하노이 홍강의 기적이 재현될 것이란 말이 나온다.
급격한 성장만큼 가속화되는 도시화도 우리와 비슷하다. 북부 하노이와 남부 호치민을 중심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하고 도시 내 특정 부촌이 동시에 형성되고 있다. 기대수명 증가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안정적인 인구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 세대에 걸쳐 경제성장에 따른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의 가구 분포는 3~4인 가구가 약 1300만 가구로 절대다수를 차지하여 우리나라의 1995년과 닮았다 한다. 1990년대 한국의 외식산업이 3~4인 가구들의 소득수준 성장과 더불어 커왔던 것을 생각해보면 베트남 또한 음식점, 프랜차이즈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열이 높아 1인당 GDP는 세계 124위지만 교육 순위는 59위에 달한다. 베트남의 만0~19세 인구는 약 2300만 명으로 2040년까지 인구수가 유지될 것으로 보여 영유아 산업과 교육산업의 성장 전망이 밝다.
베트남은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인프라가 부족하고 도시병 등의 문제를 겪고 있으나 기술력과 자본에 제약이 있다. 현재의 기술을 가지고 과거로 간다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앞선 기술력과 자본투자로 도시개발, 농축산업, 교통인프라, 문화·엔터테인먼트 등에서 비즈니스 창출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도시개발 분야는 베트남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크고 교통 인프라, 환경, 에너지, 재난관리, 보건의료, 교육, 문화관광 등 포괄하는 분야가 넓어 양국 간 다방면으로 시장진출이 가능하다.
농축산업은 베트남 GDP의 약 10%를 차지하고 종사자 비율은 전체인구의 45% 달하는 국가 근간 산업으로 최근 IT를 접목한 스마트 농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ICT 등 스마트팜 농업기술로 국내기업이 진출한 사례처럼 생산력 증대와 고품질 제품 개발에 기회가 보인다.
열악한 철도, 도로 인프라는 건설 분야 협력뿐만 아니라 교통체계 구축, 교통사고 예방 프로그램 도입 등 교통인프라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도 새로운 길이 열린다.
우리 기업들의 투자 증가, 한류 콘텐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확산에 따라 베트남은 한국어를 세계 최초로 제1외국어로 채택했다. 베트남 내 약 30개 대학에서 한국어학과와 한글을 보급하는 15개의 세종학당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문화·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협력, 비즈니스 기회가 지속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완벽한 시나리오를 가지고 과거로 갈 수는 없지만, 우리가 겪은 경험과 보유한 기술로 베트남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다. 지난해 한국과 베트남은 공식수교 30주년을 맞이했다. 한국이라는 재벌집 막내아들이 베트남에서 다가올 30년의 미래에서도 성공하길 기대해본다.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 정형식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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