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맹자와 같은 성인은 평범한 우리와는 전혀 다른 결심을 했고 또 그 결심을 끝까지 잘 지켜온 이로 유명하다.
맹자는 한때 집을 멀리 떠났다가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자 어머니가 베틀에 앉은 채 아주 반색을 하며 "공부는 어떻게 끝을 마쳤느냐"고 물었다.
맹자는 "끝을 마치다니요. 어머님이 뵙고 싶어 잠시 다녀가려고 왔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옆에 있는 칼을 집어 짜고 있던 베를 잘라 버렸다.
맹자는 너무 뜻밖의 일에 깜짝 놀라 "어머니 왜 그러십니까"하고 묻자 어머니는 태연히 말을 꺼냈다.
"네가 도중에 공부를 그만둔 것은 내가 짜던 베를 다 마치지 못하고 끊어 버리는 것과 같다."
어머니의 그 말에 그만 맹자는 큰 충격을 받고 "어머니, 제가 잘못 생각했습니다" 하고 그 길로 다시 배움의 길을 떠나 학문에 전념한 나머지 마침내 공자 다음에 가는 성인이 된 것은 누구나 아는 얘기다.
이를 단기지교(斷機之敎) 혹은 단직지교(斷織之敎)라 하거니와 맹자와 평범한 사람과는 비록 어떤 일에 충격을 받아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까지는 같을수 있지만 그 결심을 끝까지 실천에 옮기고 못 옮기는 점에서 크게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나는 솔직히 다른 결심은 비교적 실천에 잘 옮기는 편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유일하게 정말 이래서는 안 되겠다고 크게 뉘우치며 새로운 결심을 철석같이 해놓고는 결국 영 실천에 못 옮기는 일이 하나 있다. 그게 바로 다름 아닌 술(酒)이다.
술이란 건강에 나쁘고 실수하기 쉬우며 경제적으로도 아무 덕(德)될 게 없으며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도 아주 해로운 것인 줄을 난들 왜 모르겠는가.
나는 이러한 인식을 분명히 하고 술을 많이 마신 그 다음날엔 "음~ 이젠 술을 곡 끊어야 하겠구나"하고 그야말로 무서운 결심을 한다.
그러나 어찌하랴. 워낙 많은 사람을 만나고 보면 사람이 좋아 그냥 헤어지지 못하는 내 천성이다 보니 그 좋아하는 술 한 잔을 나눌 수밖에.
옛 글에 주사정인 리즉연(酒似情人離卽戀)이란게 있다. 이는 술(酒)도 정든 사람과 같아서 헤어지고 나면 이내 그립다는 뜻이다.
글쎄 애주가에게 술과 연인 중에 어느 쪽이 더 소중한가 하면 아마 모르긴 해도 술이 더 좋다는 사람이 많을 것 같으니 술에 관한 한 내가 작심삼일(作心三日)하는 것도 어느새 나도 모르게 내가 애주가가 된 때문인가.
무사욕서예(無事欲書藝) 마묵발선지(磨墨發宣紙) 주붕하지독(酒朋何知獨) 호전우안파(呼電又安破)…….
아무 일이 없어 글씨나 쓰려고 벼루에 먹갈고 화선지를 펼쳤더니 오랜 술친구 나홀로 있음을 어이 알고 반갑게 불러내니 쉬지를 못하는구나!
아무튼 내가 모든 사람들과 등지고 두문불출하기 전에는 아마 폭주는 하지 않더라도 술만큼은 끊고 살기 어려운 운명과 체질이 아닌가 싶다.
남계 조종국/원로 서예가. 전 대전시의회 의장
조종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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