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후불결제 시스템이 확산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의료쇼핑을 즐겨하는 대전에 사는 20대 A 씨는 쇼핑 때마다 후불결제 시스템 유혹에 빠진다. 평소 금융 플랫폼이 후불결제를 사용하는 쇼핑몰과 연결되면, 돈이 없어도 클릭 몇 번이면 결제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다.
A 씨는 "돈이 없어도 옷을 구매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결제를 고민했지만, 높은 연체율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장점만 홍보되고 연체율이 높은 건 알려주지 않다 보니 소비자들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한 후불결제 시스템이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온라인 쇼핑을 주로 이용하는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뤄지고 있는 데 반해 연체 시 이율이 높아 부채를 떠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후불결제란 무이자로 할부 결제를 하는 방식의 서비스로, 결제 업체가 소비자를 대신해 가맹점에 먼저 대금을 지불하면 소비자가 여러 차례에 나눠 결제 업체에 대금을 보내는 방식이다. 18세 이상이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비스에 가입해 이용할 수 있으며, 대금을 분할 납부해도 할부 이자나 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기자가 직접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후불결제 시스템을 이용해보니 클릭 몇 번으로 돈 없이도 상품을 살 수 있었다. 해당 서비스는 아르바이트 월급날만 기다리고, 급할 때 부모님께 지원받는 소비자에게 추천한다며 사회 초년생을 대상으로 한 글귀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또 인기 쇼핑몰에선 후불결제 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홍보를 했다. 결제 한도는 30만 원으로 다소 적지만, 연체 수수료는 연 12%에 달한다. 연체 수수료를 확인하지 못해 무작정 후불결제 시스템을 이용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도 있다.
대전에 거주하는 B 씨는 "핸드폰 통신사 후불 결제로 온라인 쇼핑을 즐겨 한 적 있는데, 적은 돈이라도 눈더미처럼 쌓여 감당할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손쉬운 대출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재호 목원대 부동산금융보험융합학과 교수는 "청년들은 온라인을 통해 후불결제 피해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금융 당국은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불이익을 홍보해 주의를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지적에 후불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핀테크 기업은 "후불 결제는 연체 이자가 높아도 한도가 적다는 점에서 대출과 다르다"며 "잠깐 통장 잔액이 부족해서 일정 범위 내에서 결제하고 나중에 감는 것이 후불 결제"라고 말했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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