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만 원장 |
무거운 공기의 틈을 비집고 원장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상적으로 걷는걸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전침과 레이저 재활 치료를 해보고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라는 소리에 내가 매달리고 기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한 달 간의 고된 재활이 시작됐다. 30mm 정도 길이의 침이 허리 척수염 자리에 정 중앙을 기준으로 양측으로 6개가 들어왔다. 위쪽은 감각이 있어서인지 통증이 조금 느껴졌으나 아래쪽은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릎 부위의 족삼리 그리고 정강이뼈 안쪽에 세개의 음혈이 교차한다고 해서 삼음교 자리에 같은 크기의 침이 차례로 꼽히고 이어서 빨갛고 검은 접지선이 달린 줄을 연결하고 여러 갈래 주파수의 전극으로 자극을 주었다. 아뿔싸 그런데 이 자리에 전기 자극을 주어도 나는 통증이나 반응이 없다. 전침이 끝나고 레이저의 재활이 이루어졌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이렇게 한 달의 시간이 흐르고 다리에 힘이 조금씩 돌아와서 나 혼자 일어서서 걸을 수 있을 정도의 약간의 차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던가? 모진 고생 끝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에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좋은 직감은 잘 틀리는 경우가 있지만 나쁜 예감은 거의 적중하는 이런 경우는 무슨 법칙일까? 아니면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초인적 직감력인가?
/김종만 메디컬숲 동물병원 원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