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준 한밭대 총장 |
기원전 3 천년 경에도 '세켈'이라고 부르는 동전 화폐가 있었으니 가격 사회의 역사는 깊다. 기업으로서 제품에 가격을 정하는 것은 시장에서 살아남는 생존의 전략이다. 저가를 선택하든 고가를 선택하든 하나의 비즈니스 전략이다. 필자는 수년 전에 개도국의 생산기술을 돕다가 제조된 식품에 가격을 어떻게 정할지를 놓고 고민한 적이 있다. 그때 헤르만 지몬 교수가 쓴 책 <프라이싱 가격이 모든 것이다>가 참고가 되었다. 그 책의 한 부분에서는 무료와 유료의 효과를 비교하고 있다. 어느 콘서트에 A는 입장권을 공짜로 받았고, B는 직접 돈을 주고 샀다. 당일 갑자기 궂은 날씨에 비가 많이 왔는데, 누가 그 비를 뚫고 콘서트장에 갔을까? 답은 B이다. 경제학의 '전망 이론'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비용을 들인 경우가 한계효용이 더 커진다고 한다.
얼마 전 나는 같은 대학 안에서 강단을 떠나 일종의 경영자의 입장에 섰다. 어떻게 하면 우리 학생들에게 남다른 경험을 주고 그들의 가치를 높여 줄까? 고민이 많아졌다. 가르침 자체를 소중히 여기고, 자녀를 대하듯 학생들을 품고 분투하는 다수의 이들을 보니, 캠퍼스는 여전히 가치가 살아 숨 쉬는 곳이 분명하다. 하지만 경영자로서 통계를 보니 정말 안타깝게도 교육의 성과는 학생 1인당 교육비와 비례성이 높다. 우리 사회는 지난 14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하고 있다. 대학생 1인당 공교육비 지출액은 OECD 평균의 딱 64% 수준이다. 공공 인프라를 건설할 때 또는 기술개발을 시작할 때, 돈으로 환산되는 파급효과나 지식재산권을 요구한다. 우리 사회는 대학교육에 대해 그 파급효과를 가격으로 요구하지는 않고 있다. 그 이유가 교육은 결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가치가 있다는 고결한 뜻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혹시 대학교육의 진정한 효과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는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아닐까 두렵다.
인구소멸시대, 국가의 경쟁력을 생각하면 대학교육에 대한 진정한 가치투자가 필요한 때이다. 숫자가 줄수록 다음 세대가 이전보다 더 책임 있는 역할을 하도록 이제 '질'적 수준을 높이는 데 관심을 두어야 한다. 지난해 말에 가까스로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이 국회를 통과하여 마중물이 생겼다. 하지만 질적 수준을 높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반값등록금으로 이목을 끌었던 서울시립대에 반값등록금을 이제는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정해준 틀에 갇혀서는 대학이 미래를 위해 결정할 것이 없다. 자유와 창의성이 넘쳐야 할 대학이 뜻하지 않게 등록금 가격 정책, 아니 가격 정치에 휘말려 그 기능이 왜곡되어 온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이제 대학의 인재양성을 위한 혁신적 가치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학의 일원으로서 대학을 다시 생각해 본다. 유명한 일화로 2018년에 미국의 장남감 회사 토이저러스(Toys RUs)의 문을 닫게 한 경쟁자는 장난감으로부터 아이들의 시선을 돌린 휴대폰 회사였다. 앞으로 대학의 경쟁자는 더 이상 대학이 아닐 수 있다. 혁신의 폭이 얼마나 커야 할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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