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원기 경제교육부 차장 |
머지않아 대전 시민들에게 공지될 문구일지도 모르겠다. 대기업 소주 제품을 꾸준히 애용하면 곧 현실화 되겠다. 더 강력하게 얘기하면 대전·세종·충남에 매년 수억원씩 전달되던 이제우린 지역사랑 장학금을 중단 한다는 소리도 나오겠다.
극단적인 예시지만, 이제우린 소주를 생산·판매하는 맥키스컴퍼니의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납득이 갈만한 일이다.
맥키스컴퍼니에 따르면 소주 '이제우린'은 2015년 충청권에서 341만 6771병으로 51%의 점유율을 보이다 2020년 1월 코로나19가 시작된 이후 250만병 아래로 주저앉았다. 2022년 12월 현재 186만 8951병으로 낮아졌다. 점유율은 33.5%까지 떨어졌다. 충청 지역민 10명 중 7명은 타사 제품을 이용한다는 뜻이다.
매출 하락에 따라 병당 5원씩 장학기금을 마련하는 '이제우린 지역사랑 장학캠페인' 기금도 하향세다. 지역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지역민이 구매하고, 이를 사회적 가치에 투자하는 지역 소비 운동으로 시작한 장학기금 조성은 2019년 첫발을 내디뎠다. 장학금은 어려운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과 미래를 위해 정진하는 청소년을 위해 쓰이고자 탄생했다.
대전과 세종, 충남 15개 시·군에 전달되는 장학기금은 2020년 3억 798만 7450원을 기록한 이후 2021년 2억 1399만 100원, 올해 12월 기준 2억 293만 6900원으로 매년 감소추세다. 3년 새 1억 505만 550원이나 감소했다. 장학금 조성 당시 설정한 목표액은 10년간 40억원이다. 이대로라면 목표액 달성은 물론, 장학금 기금 조성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
지역 기업이 지역과의 상생을 위해 벌어들인 돈을 지역에 푼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단순히 기부 금액이 적힌 팻말을 들고 사진 촬영으로 생색을 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인력과 시간, 돈을 투자해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지역민에게 받은 사랑을 지역민에게 베푼다는 경영진의 철학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단, 지역민의 제품 소비가 뒷받침 해줘야 한다. 알아주지 않는다면 정성을 들일 일도, 들일 필요도 없어진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수년간 지역민을 위해 헌신한 기업을 지역민이 알아줘야 한다.
매년 10억여원을 들여 조성한 계족산황톳길과 수억원의 장학기금을 만든다 한들, 지역민이 알아주지 못하면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지역을 위한 헌신은 의무가 아니다. 계족산 황톳길에서 뻔뻔한 클래식과 춤추고 웃고 박수치던 당시를 추억으로 회상하며 돌이킬 수 없다 생각하면 '이제우린' 뭘 마셔야 할까. 계족산 황톳길과 장학금 존폐는 시민에게 달렸다. 방원기 경제교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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