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지역이 살려면 대학이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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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지역이 살려면 대학이 살아야 한다

이상문 경제교육부 차장

  • 승인 2023-01-09 10:57
  • 신문게재 2023-01-10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상문기자
이상문 경제교육부 차장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 수도권에서 거리가 먼 지역부터 폐교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대학가의 '웃픈' 속설이다. 이 속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역 대학가를 잠식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23년도 대입 수시모집 전형 결과 4년제 지역대 수시에 합격하고도 등록하지 않은 수험생이 전년도에 이어 올해도 3만 명을 넘었다. 이는 지역대 수시 정원의 20%나 되고 지난해에 비해 늘어난 규모다. 정시모집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종로학원 집계 자료에 따르면 이번 정시모집에서 경쟁률 1대 1에 미치지 못한 대학은 전체 188개 대학(캠퍼스 포함) 중 15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14곳이 지방대다. 188개 대학 중 68곳(35.2%)이 경쟁률 3대 1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 중에서 59곳(86%)이 지방대다. 입시업계에서는 경쟁률이 3대 1에 미치지 못하면 사실상 미달로 간주한다. 지역소멸이 화두가 되고 있는 시대에 지역대의 경쟁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방대학의 소멸은 지방소재 기업들에 대한 인력공급을 어렵게 하고, 지방기업들의 인재채용이 어려우니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몰려드는 악순환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다.

현 정부가 지역대 개혁을 통한 균형발전에 강조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노동·연금개혁과 함께 교육개혁 구상을 밝히면서 지역대의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그리고 고등교육에 대한 권한을 지역에 과감히 넘겨 지역 산업과 연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 쏠림으로 재정난과 폐교 위기에 내몰린 지역대와 수도권 대학 간 양극화 해소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정부는 대학 교육이 지역 균형발전의 핵심이라고 보고 지방 정부에 권한을 대폭 이양을 추진하고 있다. 학과 신설이나 정원 조정, 재산 처분 등의 규제를 과감하게 없애고, 동시에 부실대학에 대한 구조개혁도 강력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학과 지역사회를 끈끈하게 묶어 지방 소멸을 막고, 균형발전 밑거름이 되게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책정된 정부 예산이 1조 2837억 원에 달한다. 예산은 올해 초 지자체에 할당되는데, 지역 대학 지원 모델 밑그림을 그려 놓아야 지자체 간 예산 확보 전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충청권 지자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자체로 공이 넘어온 지방대 살리기가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전략'이 필수다. 지역에 진정으로 필요한 인재 육성을 고민해야 한다. 취업과 정주가 공존할 수 있는 복합적 지원 정책도 중요하다. 대학이 지원을 받아 인재를 양성해도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일에 불과하다. 인재가 원하는 기업과 생활 기반이 있어야 지역에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다. 말로만 교육개혁을 외쳐서는 균형발전을 실현하기는 어렵다. 행동하기 위한 철저한 계획 마련이 중요한 시기다.

이상문 경제교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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