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119구급대의 고마움의 극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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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119구급대의 고마움의 극치

김용복/ 평론가, 칼럼니스트

  • 승인 2023-01-09 10:2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119구급대원이나 112경찰관들의 모습만 봐도 반갑고, 그들 차량이 경적을 울리며 달리는 것을 봐도 그렇게 반갑고 고마울 수가 없다. 생명을 살려내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1월 8일 오후 5시 40분.

2년 전에 아내를 잃고 혼자 사는 오빠를 외롭지 않게 하려고 큰여동생 내외가 수원서 내려와 함께 살고 있다.

여동생은 금년 81세, 매제는 86세의 고령의 나이다. 그런데 사고가 생겼다. 매제가 열이 나고, 목에는 통증이 있어 괴로워하고 있었다. 오줌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쌌다. 혹시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나 의심이 되어 전에 코로나19를 앓았던 수양딸과 아들에게 증세를 물어보았다. 증세가 같았다. 수양딸은 야간 당직병원까지 찾아 내 병원 이름과 위치, 전화번호까지 알려왔다. 그런데 환자가 스스로 걷지 못해 병원엔 갈 수가 없다. 몸무게가 무거워 80넘은 늙은이들이 업을 수도 없었다. 할 수 없이 119로 전화를 걸었다. 환자의 병증세와 환자와의 관계, 구조에 필요사항 몇 가지를 묻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5분쯤 지났을까. 문자가 날아왔다.



'119에서 긴급 구조를 위해 귀하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전화가 왔다. 지금 출동중이라고. 그때 긴박하고 초조했던 상황은 여기에 모두 적을 순 없다. 고마운 것은 젊은 119대원이 편의점에 직접 가서 자가진단 키드를 구입해 확진 검사를 하여 확진자임을 확인했고, 여동생도 확진검사를 하여 확진자임을 밝혀냈다.

그리고 119는 환자수송을 개인병원으로는 할 수 없는데 고령이기에 개인 병원으로 이송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이 막연했다. 환자 스스로가 걸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환자들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야간 당직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오라고 했다.

그러나 당직병원의 태도는 달랐다.

환자와의 가족관계 증명서를 발급받아 오라는 것이고, 이 병원에서 치료받은 경력이 없으면 약 처방을 해주지 못한다 했다. 법 규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119구급대원의 친절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다.

밤이 얼마나 깊었을까. 이 소식을 알게된 세종 사는 아들은 코로나19 치료약을 어떻게 구했는지 우유 투입구에 며칠 분의 약을 넣고 간다고 문자를 보내 왔다. 나가보니 병에 든 해열제와 처방받아 사온 치료약이었다. 눈물이 나도 모르게 흘렀다. 세상에는 흰 가운입고 의료사업하는 의사들 보다 더 고마운 이들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112, 119 등은 위급한 상황에서 국번 없이 거는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고마운 전화다. 112로 신고하면 경찰관이 출동하고, 119로 신고하면 소방관이 출동한다. 신속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이 신고에는 언제나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뒤따른다. 왜 그런가? 대민 봉사의 일선에서 시민들을 위해 '친절'과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80평생 살아오면서 112전화를 네 차례 이용한 기억이 난다. 모두 치매를 앓고 있는 내 아내를 찾아 달라는 신고 전화였다.

살신성인하는 소방관들이나 경찰관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오늘 출동한 대전 소방서 119직원들은 코로나19로 마스크를 써서 얼굴을 볼 수는 없었으나 일 처리를 마치고 돌아가는 앰블런스의 뒷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이들은 빈부 격차나 신분 고하를 가리지 않고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라면 언제나 신속히 출동하는 고마운 분들이다. 이런 구급대원들이 밤잠 안 자고 지켜주고 있기에 우리네 인간들이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감사하지 않을 수 없고,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모든 구급대원들과 경찰관들이 고마운 것이다.

팔십 평생 살아오면서 남들로부터 받은 고마움은 수없이 많았지만 가슴 조이는 눈으로 바라보며 고마움을 느껴보기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이분들은 늘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과 함께하며 남모르게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려야만 하는 이들도 있다고 들었다. 소방대원 가운데는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앓고 있는 분도 있으며,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주검을 본 뒤로 밤마다 그 모습이 꿈에 보여 시달리는 분도 있고, 화재현장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소방관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로 비명소리와 사이렌 소리 등 환청에 시달리는 분도 계시다 한다.

젊은 구급대원들의 뒷 모습을 보니 미국의 '스키모'라는 소방관이 쓴 시가 머리에 떠올랐다.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 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언제나 집중하여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저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케 하시고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시어,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제 목숨이 다하게 되거든, 당신의 은총으로 제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아주소서.』

-A. W. Smokey-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대전 119구급대원들을 포함한 전국의 소방관과 구급대원 여러분. 정말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남모르게 겪고 있는 당신들의 스트레스와 고충을 이해하는 국민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나님 저들의 고충도 들어 주소서!

김용복/ 평론가, 칼럼니스트

김용복
김용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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