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만 원장. |
눈을 떠보니 나는 깊은 잠에서 깨어 있었다. 잠자기 전 원장님과 선생님들은 나를 심각한 표정으로 쳐다보시더니 나의 여기저기를 만지고 일으켜 세워보고 심지어는 뒷발가락을 꼬집는 것이 아닌가.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한테 해코지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그런데 세워도 내 뒷다리가 말을 듣질 않았다. 그 튼튼하던 내 다리의 근육들이 힘없는 문어발처럼 흐느적거리는 것이 아닌가. 더욱이 꼬집어도 통증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난 아프지 않아서 좋았는데 원장님은 내가 반응이 없자 더욱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나는 임상병리실에 가서 누나들의 바늘 앞에 내 목을 내놓아야 했고 방사선실에 가서는 십여 장의 사진을 찍고 초음파실에 가서는 내 배를 드러내는 힘든 일들을 겪어야 했다.
자고 일어나니 원장님과 나의 부모님들은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난 마취된 상태에서 MRI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가 심상치 않게 나온 것 같았다. 검사 결과 수술적으로 치료해서 완치될 수 있는 그런 종류의 병이 아니라 힘겨운 재활과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척수염이란다. 광견병 주사에 의해 부작용으로 척수염이 진행된 것 같다고 원장님이 말씀하셨다. 이것도 10여 년 전의 일이었고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구청에서도 생독이 아닌 사독백신으로 접종을 해 준다고 했다. /김종만 메디컬숲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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