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24일 다누리가 달 상공 344㎞에서 촬영한 지구 모습. |
▲바다를 움직이는 달
달의 인력이 지구의 육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바다에는 엄청난 변화를 일으킨다. 끌어당기는 힘으로 지구의 바닷물은 달 쪽으로 불룩하게 모이는데 이것이 만조다. 만조는 지구가 달과 마주한 면에서 일어나고 동시에 지구의 그 반대쪽도 바닷물이 늘어져 동시에 만조가 된다. 달에 직각이 되는 위치에 있는 바다는 바닷물이 빠져서 간조가 되는 것 역시 달의 작용이다. 다만 달이 지구를 공전할 때 지구 자체도 움직이므로 물때가 매일 평균 50분씩 늦어진다. 충남 태안 앞바다에 밀물이 가장 높은 해면까지 꽉 차게 들어오는 만조는 19일 오전 1시 22분께 이뤄졌다가 20일에는 오전 2시 31분께 만조가 찾아왔다. 달이 과연 바다의 조석현상에만 영향을 미칠까? 멀쩡히 있던 달이 갑자기 사라진다면 지구는 어떤 변화를 맞이할까.
'우리나라 1호 달박사' 한국천문연구원 정민섭 선임연구원은 지구에 달이 없었다면, 혹은 매우 작은 달만 있었다면, 지구의 자전축은 지금처럼 안정적이지 않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민섭 선임연구원은 "현재 지구는 황도면을 기준으로 23.5도 기울어져 자전하고, 자전축은 약 4만년을 주기로 약 2도 정도 변화하는데 지구에 달이 없다면, 지구의 자전축은 0~85도까지 변화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라며 "주기적으로 적도가 극지방과 같은 기후가 되고, 극지방이 적도와 같은 기후로 바뀌는 등 극심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밀물과 썰물이 생겨 바다와 육지의 중간지대와 같은 갯벌 등의 생태환경이 조성돼 바다에 살던 생물들이 육지에 적응하기 한결 쉬웠을 텐데 이런 달의 작용이 없거나 미약했다면 생물의 진화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달 표면에 거울 있다네
보름달을 지구에서 눈으로 관찰했을 때 밝기를 나타내는 겉보기 등급은 약 -12.7등급이다. 겉보기 등급은 천체의 밝기를 나타내는 단위로 가장 밝은 별을 1등급, 가장 어두운 별을 6등급으로 정한 데서 유래했다. 등급이 낮을수록 밝다는 뜻이며, 밤하늘에서 가장 밝은별인 시리우스는 겉보기 등급이 -1.5 정도다. 따라서 하늘에서 보이는 보름달의 밝기는 시리우스의 약 2만8000배다. 행성인 목성은 겉보기 등급이 거의 -3까지 밝아지는데, 그래도 보름달 밝기의 7000분의 1 수준에 그친다. 보름달이 뜨면 근방에 있는 천체를 관측하는 일은 포기해야 할 정도다. 초승달이나 반달일 때는 어떨까. 반달이면 크기가 절반이니까 밝기도 2분의 1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 반달의 밝기는 보름달이 약 10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태양과 지구, 달 사이의 각도가 달라서 달 표면에서 반사되는 빛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달의 밝기가 보름달일 때의 절반이 되려면 95%는 차올라야 한다. 보름달이 되기 약 2.5일 전이고, 보름달이 얼마나 특별하게 밝은지 말해준다. 학자들은 지구에서 보낸 빛을 일부러 달에 정확하게 튕겨 돌아오게 하는 실험도 하고 있다. 아폴로 11호처럼 달에 보낸 우주선들이 달의 땅 위에 거울을 몇 개 설치해 놓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지구에서 레이저를 쏘면 달에 있는 거울에 부딪혀 돌아올 때까지는 2.6초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를 통해 지구와 달의 거리를 정밀하게 측정해 매년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약 4㎝씩 멀어진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뿐 아니다.
곽재식 숭실사이버대학교 환경안전공학과 교수는 지난해 발간한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에서 "달이 지구에서 벗어나지 않고 붙잡혀 있는 이유는 중력으로 당기고 있기 때문인데, 중력을 계산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이론은 상대성이론이다"라며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시간과 공간의 특성이 과연 맞는지 따져보고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고 설명했다.
남극운석탐사대가 2013년 1월 발견한 달 운석. DEW12007으로 명명된 이 운석은 달 표면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
우리는 아직 달에 착륙하지 못했으나 달의 표면석을 확보해 연구에 활용하고 이제는 대중에게 공개하는 정도에 이르렀다. 2013년 이종익 박사가 이끄는 남극운석탐사대가 우주에서 지구로 떨어진 돌, 즉 운석을 찾는 여정을 시작했다. 남극에서 운석을 찾는다니 의아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지만, 남극은 운석을 찾기 좋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지역이다. 온통 눈과 얼음으로 덮인 곳에서 하늘에서 돌 하나가 떨어져 흰 배경에 검은 또는 회색의 물체로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종익 박사의 운석탐사대는 남극에서 한 손안에 들어올 정도 크기의 이상한 돌을 발견했고 분석결과 달에서 굴러온 달 운석으로 확인됐다. DEW12007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종익 박사의 달 운석은 달에 어떤 소행성이 충돌했을 때 그 충격으로 우주공간으로 튀어 올라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남극 쪽으로 떨어진 것으로 여겨진다. 달에 사람이 가서 달의 일부를 캐내 온 월석은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에 가면 만날 수 있다. 미국 아폴로 17호가 1972년 12월 달에서 복귀할 때 가져온 달의 돌을 주변 동맹국에 나눴는데 우리는 이를 일반인이 언제든 볼 수 있도록 전시하고 있다. 오랜 세월 사람이 생각하는 세상의 범위란 지구의 땅과 바다, 하늘이었으나 월석을 통해 지구 밖으로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된다.
▲달에서 본 지구 '더 크고 밝아'
달 운석으로는 호기심을 채울 수 없어 직접 달에 도착했다고 상상해보자.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봤을 때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지구의 지름은 달의 3.7배 정도이므로 달에서 보는 지구도 그만큼 달보다 크게 보일 것이다. 당연히 지구에서 보는 달보다 달에서 보는 지구가 더 밝을 것이다. 크기도 하거니와 지구는 달보다 태양 빛을 더 많이 반사해 지구의 반사율은 37%로 약 12%인 달의 3배 정도다. 게다가 지름이 3.7배이므로 면적은 약 14배가 된다. 이를 고려하면 완전히 둥그렇게 보일 때 지구는 보름달보다 크고 매우 밝을 것이다. 가로등도 없는 달의 밤하늘에서 푸른색과 흰색으로 이뤄진 커다란 구슬이 보름달의 수십 배나 되는 광휘를 지상에 뿌려줄 때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같은 면만 보이는 달과 달리 지구는 자신의 몸을 회전시켜가며 모든 면을 달에게 보여주고, 구름에 가리어 보일 듯 말듯 바다와 육지의 지구환경이 소중하게 여겨질 것이다. 그러면서 지구는 달처럼 모양이 변한다. 달의 그림자에 지구가 가려져 초승지구, 반지구가 만들어지고 '보름 지구'까지, 지구에 그믐달이 뜨면 달에는 '보름 지구'가 뜬다.
동아사이언스 편집장을 역임한 고호관 작가는 그의 책 '우주로 가는 문 달'을 통해 "달이 항상 같은 면을 지구로 향하고 있으므로, 달에서 보는 지구는 하늘의 같은 곳에 떠 있고, 달의 가운데 근처에 서 있다면 아예 지평선 아래로 지구가 내려가거나 솟아오르는 장면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달에 생명체가 살았다면 변화무쌍한 지구의 모습에 경탄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병안·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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