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미 차장 |
보다 보니 강아지와 고양이의 매력은 하늘과 땅 차이다. 강아지의 매력은 부름에 응한다는 기쁨이다. 부르면 쪼르르 달려와 품으로 쏙 파고든다. 애정을 갈구하며 자꾸 쓰다듬어주길 원하고 쪽잠을 잘 때도 사람의 품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외출할 때는 두고 나가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헤어짐을 아쉬워해 준다. 집에 돌아오면 누구보다 열렬히 환영해주니 스스로 예쁨 받을 줄 아는 동물인 것 같다.
고양이는 호기심 대장이라서 낯선 새집을 매일매일 탐험 중이다. 그러다 문득 엄마가 애지중지하는 화분 잎사귀 하나를 붙잡고 ‘냥냥’ 펀치를 날리기도 하고 실 한 가닥을 붙잡고 온종일 놀기도 한다. 강아지보다는 확실히 손이 덜 간다. 기분이 좋을 때 혹은 안정적인 기분을 표현하는 '골골송'에 첫날은 기겁을 했더랬다. 그런데 계속 듣고 있다 보면 나 또한 안정적인 마음이 든다. 고양이의 '골골송'은 인간에게도 기분 좋은 호르몬을 분비케 하는 주파수가 있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우리 집 강아지는 유독 겁이 많아서 고양이의 호쾌함을 받아주지 못해서 썩 친하진 못하다. 그래도 화장실 앞에서 집사를 지켜주겠다며 나란히 앉아 있거나, 한 마리에게 애정을 줄 때 삐죽 질투하는 모습을 볼 때면 너희에게도 감정이 있구나, 새삼 느낀다. 승자는 없다. 강아지와 고양이의 매력은 각각 무한할 뿐이다.
강아지와 고양이와 동거한 지 일주일, 가장 좋은 점은 잔고민은 사라지고 웃음이 늘었다는 점이다. 화초 키우기, 일일드라마 보기, 뜨개질, 고스톱 치는 것에만 애정을 쏟았던 엄마마저도 강아지의 귀여움에 고양이의 엉뚱함에 웃는 걸 보면 확실히 반려동물이 주는 힐링 효과는 크다는 것을 직접 체감했다.
전래동화의 교훈은 착한 일을 권장하고 악한 일은 징계한다는 '권선징악'이다. 그러나 요즘 시대의 권선징악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그저 옛말에 불과하다. 동물 학대, 묻지마 폭행과 살인이 단골 뉴스가 된 현실만 봐도 그렇다. 진짜 강함은 약함을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선거 때만 사람들에게 굽히는 정치인들, 책임을 회피하려 모르쇠로 일관하는 고위급 공무원들, 혐오라는 프레임이 갇혀 말 못하는 짐승과 인간을 해치는 범죄자들은 강함과는 거리가 분명 먼 자들이다.
마냥 귀엽기만 한 강아지와 고양이가 교훈을 준다. 새해에는 진정으로 약한 자를 대하는 진정한 강함을 배워보라고.
이해미 정치행정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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