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평화의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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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평화의 마음으로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활동가

  • 승인 2023-01-08 09:10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최영민 전 대전여성단체연합대표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활동가
2000년 6월 15일 역사적인 남북정상 만남이 이뤄졌을 때, 드디어 통일된 나라에서 살 수 있겠다는 기대와 희망으로 부풀었다.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 "경제협력과 사회, 문화, 체육, 보건, 환경 등 제반 분야의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하여 서로의 신뢰를 다져 나가기" 참으로 설레는 문장이었다.

2008년 6월 2박 3일 금강산을 다녀왔다. 구룡폭포와 상팔담, 만물상을 오르며 다음엔 어머니를 모시고 오자 마음먹었다. 금강산 어디쯤이었을까. 남측 관광객의 실없는 농담에 경쾌한 목소리로 "농담도 잘하십니다"라며 환하게 미소 짓던 북측안내원이 서 있던 곳은. 이렇게 서로 오가며 사실상 통일이 될 거라고 안도했다.

2018년 평양공동선언, 적대적 행위를 전면금지하고 실질적인 전쟁위험 해소로 평가받던 9.19 군사합의는 휴짓조각이 됐다. 2019년 하노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핵 담판 성과로 불리한 자국 내 입지를 전환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승부사적 기질을 지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에 어쩌면 빅딜이 있을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만남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나버렸다. 트럼프와 김정은 회동을 중매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헛물만 들이켰고, 2021년 군사력 6위를 바탕으로 분단장벽을 걷어내겠다며 군비증강 전략을 추진했다. 힘과 무기로 평화를 이루겠다며 글로벌 호크, F-35 전투기 등 첨단 무기들을 구입했다. 최첨단 무기도입과 군사비지출로 군사력은 커졌지만 평화는 더 멀어졌다.



2023년 새해벽두부터 북한 무인기 침입으로 무인기를 잡기 위해 독수리를 훈련시켜야 한다든지, 무인기가 남한 어디까지 왔는지를 두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무인기를 남측으로 내려보낸 북한에 책임이 있다. 남북 긴장을 일으키는 도발은 남북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북한 무인기 침입에 대한 대응으로 '전쟁준비', '확전의 각오', '9.19 군사합의 폐기' 발언을 쏟아내는 것도 분풀이는 될지언정 해결책은 아니다. 남북의 위정자들은 너무 쉽게 전쟁의 말들을 주고받는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더 잦아진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남한의 미국, 인도 태평양 전략에 편승, 한미연합훈련 증가, 해마다 늘어나는 천문학적 액수의 무기도입으로 남북의 전력과 군비 경쟁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2023년 국방예산은 51조가 넘는다. 국방부는 올해부터 2027년까지 군 구조 개편과 군사력 건설 등을 위한 국방비로 총 331조4000억원, 이 중 무기 구매·개발 등 군사력 건설에 투입하는 방위력개선비에 107조40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실로 엄청난 돈이다. 무기로 평화를 살 순 없다. 전력증강은 전염병처럼 퍼진다(몽테스키외).

1846년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는 노예제도를 유지하거나 비도덕적이고 명분 없는 전쟁을 벌이는 정부에 세금을 못 내겠다고 버티다 감옥에 갇혔다. 수감 기간은 하루뿐이었지만 소로우의 '시민 불복종'은 자신과 세상의 변혁을 꿈꾸는 사람들에 가슴을 뛰게 하는 비폭력 슬로건이 되었다. 나는 소로의 월든 숲을 동경했을지언정 세금을 안 내는 불복종을 감행하지 못했다. 세금 내는 것을 아깝게 생각한 적도 없다. 여성과 장애인, 평화, 통일, 인권, 국제구호, 지역문화, 교육, 야학 관련 기관 열두 곳에 소액이지만 후원금도 내고 있다. 돈을 지불하는 것은 곧 삶의 방향과 가치에 지불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난 내가 낸 세금으로 정부가 무기를 구입하거나 전쟁연습에 쓰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칼을 들이밀지 않아도 부드럽게 쪼개지는"(<귤> 조온윤) 귤처럼 세금을 알뜰히 쪼개어 가난한 이들의 손에 쥐어 주면 좋겠다. 전력증강만이 전염병처럼 퍼지는 것이 아니라 평화의 마음도 퍼져간다고 믿는다. 부디 폭력으로 제압하기보다 사랑으로 상대를 얻는 2023년이길 바란다. /최영민 대전평화여성회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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