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빌라왕들의 잇단 사망과 깡통전세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빌라왕들의 잇단 사망과 깡통전세

송승엽 법무법인 지원 P&P 변호사

  • 승인 2023-01-08 09:07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송승엽 변호사
송승엽 변호사
'빌라왕'들이 한 푼도 안들이고 깡통전세를 만드는 수법은 거의 비슷하다. 시세정보가 명확하지 않은 신축 빌라나 다세대 또는 다가구주택의 전월세 보증금을 매매대금 또는 분양대금보다 높은 가격으로 책정한다. 차액은 분양 대행사, 부동산중개업자, 명의만 빌릴 바지사장에게 줄 리베이트가 된다. 분양대행사나 부동산중개업자가 세입자를 구하면 세입자는 매매 대금 또는 분양 대금보다 높은 가격으로 건축주와 임대차 계약을 맺는다.

이때 같은 날 건축주에서 빌라왕으로 명의를 이전해 세입자와 빌라왕과의 임대차 계약이 맺어진다. 이처럼 '빌라왕'과 같은 바지사장이 명의만 대여해 집주인이 되고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동일한 수법으로 주택을 매매하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빌라를 살 수 있는 것이다. '무자본 갭 투자'이면서 '동시 계약'의 방식으로 자기자본 없이 보증금으로만 '깡통 주택'들을 늘려나가는 것이다.

빌라왕이 가능했던 것은 중개업자들의 조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일부 중개업자들은 빌라왕과 결탁해 리베이트비를 받아 세입자에게 전세금 대출이자와 이사비를 지원해준다며 유혹한다. 이들은 처음에는 반지하방을 보여주고 실망시킨 다음 근처 풀옵션 신축 빌라를 보여준다. 그리고 중개업자들이 전세금 대출이자와 이사비를 지원해주겠다며 서류도 보여준다. 어떤 대출을 받으면 되는지, 이자가 얼마 나오는지 말해주고 경험이 적은 임차인들은 중개업자를 통해 계약하는 것이기에 신뢰하고 계약을 한다. 근처 빌라 시세를 알기 힘든 사정도 이러한 계약을 결정하게 된 요소 중 하나다.

임차인이 깡통전세 사기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은 임대차 계약만료 시점에서야 알 수 있다. 빌라를 경매에 넘겨도 이미 매매가보다 보증금이 더 높은 상황이기에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체납 세금까지 있으면 1순위 채권자에서도 밀려난다.



따라서 깡통전세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임대인에게 국세 및 지방세 완납증명원을 요구하는 것이다. 임대인에게 근저당 계약서상의 채무뿐 아니라 체납된 세금 파악을 위해 요구하는 것이다. 은행에서 요구한다고 핑계를 대고 받으면 된다.

둘째로 특약 사항을 활용하는 것이다. 부동산 임대차계약 시 종전 소유자도 계약자로 함께 포함하도록 하여 특약사항으로 '매매 계약할 경우 임차인의 동의를 구한다.', '만약 이를 어길 시 종전 소유자도 임대차 보증금 반환 의무를 연대해 지기로 한다' 등으로 기재하면 좋다. 셋째로는 실제 시세를 파악하는 것이다. 전세가는 통상 매매가격의 70% 정도니 계약하려는 곳의 주변 시세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의심부터 해야 한다. 넷째로는 보증보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빌라왕 사망사건과 같은 경우 보증보험을 통해 구제를 받는 일이 쉽지 않다. 보증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전세금 반환에 대하여는 사망자인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등기부등본을 잘 확인하는 것이다. 공인중개사가 떼어주기는 하지만 내가 따로도 떼어보고 잔금 시에 떼어보고 잔금 이후에 또 떼어봐야 한다. 이는 일반적인 근저당이 잡히는 상황에 대비하는 방법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전세 사기피해 방지를 위해 선순위 임차인 정보 및 체납정보 확인권 신설, 전세 사기 피해 지원, 전세 사기 깡통전세 등 단속 및 처벌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전세 사기피해 방지안을 발표하고 집주인 체납정보 요구 등을 할 수 있게 입법을 예고하는 개정안을 11월에 공고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지는 않았다.

또한 깡통전세 사기를 양산한 자들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건축주나 중개인은 건축주가 애초부터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고의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빌라왕'뿐 아니라 이에 리베이트를 지급한 건축주, 리베이트를 받고 전세 사기를 도운 공인중개업자들에 대한 처벌도 확실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송승엽 법무법인 지원 P&P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