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엽 변호사 |
이때 같은 날 건축주에서 빌라왕으로 명의를 이전해 세입자와 빌라왕과의 임대차 계약이 맺어진다. 이처럼 '빌라왕'과 같은 바지사장이 명의만 대여해 집주인이 되고 세입자가 낸 보증금으로 동일한 수법으로 주택을 매매하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빌라를 살 수 있는 것이다. '무자본 갭 투자'이면서 '동시 계약'의 방식으로 자기자본 없이 보증금으로만 '깡통 주택'들을 늘려나가는 것이다.
빌라왕이 가능했던 것은 중개업자들의 조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일부 중개업자들은 빌라왕과 결탁해 리베이트비를 받아 세입자에게 전세금 대출이자와 이사비를 지원해준다며 유혹한다. 이들은 처음에는 반지하방을 보여주고 실망시킨 다음 근처 풀옵션 신축 빌라를 보여준다. 그리고 중개업자들이 전세금 대출이자와 이사비를 지원해주겠다며 서류도 보여준다. 어떤 대출을 받으면 되는지, 이자가 얼마 나오는지 말해주고 경험이 적은 임차인들은 중개업자를 통해 계약하는 것이기에 신뢰하고 계약을 한다. 근처 빌라 시세를 알기 힘든 사정도 이러한 계약을 결정하게 된 요소 중 하나다.
임차인이 깡통전세 사기 피해자가 됐다는 사실은 임대차 계약만료 시점에서야 알 수 있다. 빌라를 경매에 넘겨도 이미 매매가보다 보증금이 더 높은 상황이기에 보증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에 체납 세금까지 있으면 1순위 채권자에서도 밀려난다.
따라서 깡통전세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임대인에게 국세 및 지방세 완납증명원을 요구하는 것이다. 임대인에게 근저당 계약서상의 채무뿐 아니라 체납된 세금 파악을 위해 요구하는 것이다. 은행에서 요구한다고 핑계를 대고 받으면 된다.
둘째로 특약 사항을 활용하는 것이다. 부동산 임대차계약 시 종전 소유자도 계약자로 함께 포함하도록 하여 특약사항으로 '매매 계약할 경우 임차인의 동의를 구한다.', '만약 이를 어길 시 종전 소유자도 임대차 보증금 반환 의무를 연대해 지기로 한다' 등으로 기재하면 좋다. 셋째로는 실제 시세를 파악하는 것이다. 전세가는 통상 매매가격의 70% 정도니 계약하려는 곳의 주변 시세가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의심부터 해야 한다. 넷째로는 보증보험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빌라왕 사망사건과 같은 경우 보증보험을 통해 구제를 받는 일이 쉽지 않다. 보증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전세금 반환에 대하여는 사망자인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는 등기부등본을 잘 확인하는 것이다. 공인중개사가 떼어주기는 하지만 내가 따로도 떼어보고 잔금 시에 떼어보고 잔금 이후에 또 떼어봐야 한다. 이는 일반적인 근저당이 잡히는 상황에 대비하는 방법이다.
정부는 지난 9월 전세 사기피해 방지를 위해 선순위 임차인 정보 및 체납정보 확인권 신설, 전세 사기 피해 지원, 전세 사기 깡통전세 등 단속 및 처벌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전세 사기피해 방지안을 발표하고 집주인 체납정보 요구 등을 할 수 있게 입법을 예고하는 개정안을 11월에 공고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마련되지는 않았다.
또한 깡통전세 사기를 양산한 자들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물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건축주나 중개인은 건축주가 애초부터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반환할 의사가 없었음에도 고의성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다. '빌라왕'뿐 아니라 이에 리베이트를 지급한 건축주, 리베이트를 받고 전세 사기를 도운 공인중개업자들에 대한 처벌도 확실히 이뤄져야 할 것이다.
/송승엽 법무법인 지원 P&P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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