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생산의 주체였던 지방이 경제성과 효율성을 앞세운 도시화에 밀려 소멸 위기를 맞았다. 다양한 정책사업과 지원사업을 펼치지만, 무늬만 바꿔 반복하는 사이 '대도시 의존형' 체질로 전락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정책사업이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은 지방이 의존적 존재에서 벗어나 자립할 28가지 지혜를 제시한다. 지역 활성화 사업이 실패를 반복하는 원인 중 하나인 '세금 나눠먹기'가 아닌, '지방 경영'에 초점을 맞춘다. 절박함과 참신함으로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처럼 지방정책과 지역사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수익을 창출하는 경영체로 전환하기를 저자는 조언한다.
지역의 구조적인 문제 개선을 위해 콘텐츠 선택법과 자원 사용법, 사람 활용법, 돈의 흐름을 보는 법, 조직 운영법 등 다양한 관점을 다룬다. 지원금을 당연시하는 인식, 성공사례를 비판 없이 도입하려는 자세, 공공성을 앞세워 무시됐던 이익창출 구조, 지역사업을 보조금으로 운영하려는 자세 등 현장에서 당연하게 여겨졌던 안일함을 지역 활성화의 실패 요인으로 지적한다. 인구감소시대에 지방소멸을 인구유입으로 해결하려는 묵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보조금 없이 스스로 소득을 창출해낼 아이디어를 쏟아낸다.
저자 기노시타 히토시는 지역비지니스 사업가로 1982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2005년 와세다대 정치학과 졸업 후 히토츠바시 대학원 상학연구과 석사과정 재학 중 경제산업연구소와 도쿄재단에서 지역 정책 관련 조사연구, 2007년부터 구마모토조토 매니지먼트 주식회사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마을 회사에 투자 경영, 2009년 전국마을기업에 의한 사업연계·정책입안 조직 AIA(지역·혁신·연계)를 설립, 대표이사로 취임 후 지역 활성화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사회의 경제는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글로벌 경제 위험을 알려온 환경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의 신작 '로컬의 미래'는 40여 년간 파괴적인 세계화 여파를 집중적으로 분석한 그가 해법으로 제시한 '로컬(Localization)'에 초점을 맞췄다. 책은 세계화가 인간과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시작으로 치밀하게 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부를 축적해 자연과 일상을 파괴해 온 세계 경제의 폐해에 대항해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지역화를 제시한다.
저자는 세계 경제가 세계 문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대표적인 인물로 국제생태문화협회 설립자이자 대표로 활동하며 사회운동을 펼치고 있다. 저자가 펴낸 지금까지의 저작들이 세계화의 폐해에 대한 고발과 비판에 중심을 두고 있다면, 책은 지금까지의 사례들을 정리하고 압축해 문제와 원인을 명확히 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역화의 희망찬 사례들과 방법론까지 다룬다. 반대 의견에 대한 논리 정연한 반박과 전 세계 독자와 시민단체들의 의문들에 대한 답변들까지 명쾌하게 담아냈다.
자연의 회복과 공동체적 삶의 본질을 되찾기 위해 평생 동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강의와 인터뷰, 칼럼 등을 통해 외쳐온 저자의 오랜 연구 성과와 핵심 메시지를 집약하여 구체적인 대안이 될 지역화의 해법과 희망찬 사례들을 함께 담았다.
회사 마당에 설치한 해먹에 누워 일하고, 흐르는 시냇물에 발 담근 채 무릎 위 컴퓨터로 화상회의를 하는 프러그래머의 모습은 광고의 한 장면처럼 어딘가 인위적이다. 이는 TI기업 종사자를 떠올릴 때 대도시의 높은 빌딩에서 단정한 정장차림으로 일하는 모습을 그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 도쿠시마현 외곽의 해발 1000m 높이에 자리한 산간마을 가미야마에 가면 이러한 모습은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꽤 흔하다. 새로운 삶의 방식을 원하는 사람들과 변화된 시대에 발맞춰 업무 혁신을 이루려는 기업들이 이곳에 상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가미야마 마을은 실제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는 사람들과 원격근무 등 해로운 업무방식을 실험하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IT 기업 종사자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온 예술가, 아이들을 여유롭게 키우고픈 젊은 부부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원주민들과 상생할 방법을 통해 시골마을이 진화하고 있다.
책은 '이상한 시골마을이 만들어지기까지'를 시작으로 'IT기업이 실험하는 창조적 업무방식', '이주자들은 왜 가미야마를 선택하는가', '마을의 미래를 자신의 일로 생각하다-지방재생 전략 만들기', '농업의 미래를 만들다-푸드허브 프로젝트', '교육의 미래를 만들다-지역의 리더를 키우는 농업학교' 등 9개의 섹션으로 나눠 산골마을의 오늘과 내일을 제시한다.
저자 간다 세이지(1959년~)는 1983년 아사히신문사에 입사해 40여년 동안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현재 지역보도부 기자로 일하고 있다. 마을 만들기, 지방재생, 지방의회, 지방이주, 빈곤과 격차 등에 관심을 두고 '지금 지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가마가사키 유정 釜ケ崎有情' 등을 집필했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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