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주니어 국가대표 대전 가오중학교 복싱부 이승훈(16)이 오후 훈련을 마치고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금상진 기자 |
또래 친구들보다 운동을 좋아했던 중학생 소년에게 복싱은 신세계처럼 다가왔다. 축구나 태권도 같은 대중 스포츠에도 재능이 있었지만, 체육관의 땀 냄새와 링에서 풍기는 온화한 열기에 서서히 매료됐다.
대전 가오중학교 복싱부 이승훈(16)은 지난해 12월 제주에서 열린 2023 유스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대회 -48kg급에서 우승하며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이전 대회에서도 메달을 따본 경험은 있었지만, 국가대표 타이틀은 이승훈에게 특별한 의미였다.
이승훈은 "메달은 내가 경기를 잘해서 얻어진 결과물이라 생각했는데 주니어 국가대표는 지금까지 흘렸던 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타이틀 같은 느낌"이라며 "이번 수상으로 어떤 대회보다 자신감을 많이 얻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훈은 중학교 1학년 여름에 글러브를 잡았다. 마른 체격에 험한 운동임을 걱정하는 부모님과 친구들의 장난스러운 농담에 부담됐지만 꾸준한 설득 끝에 복싱에 입문했고 지금은 인생 최대의 목표가 됐다. 이승훈은 "아버지 지인이 복싱했는데 힘들게 살고 있다며 만류하셨는데 막상 메달 몇 개 걸어드렸더니 지금은 가장 든든한 후원자가 되셨다"며 "내색은 많이 안 하시지만, 친구나 지인들에게도 자식 자랑을 제법 하시는 것 같다"고 웃었다.
이승훈의 기량은 한참 물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 열린 대통령 배 대회에서 금메달, 봄에 열린 복싱협회장배 전국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이번 국가대표 주니어대표 선발로 체급별 전국 상위 그룹의 입지를 더욱 다지게 됐다.
이승훈을 지도하고 있는 정헌범 대전 복싱협회 전무는 "(이)승훈이는 두뇌 회전이 좋은 선수다. 지도자의 주문을 잘 따라 하는 것을 넘어 스스로 응용할 줄 아는 선수"라며 "고등학교 진학 이후 체력 훈련과 지구력을 보완한다면 무한의 가능성이 열려 있는 선수다. 인성도 착실하다. 지금의 성장 속도를 유지한다면 고등학교 2학년 정도에 또 한 번의 성장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대전 복싱 유망주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되기까지는 학교장과 지도자들의 후원이 있었다. 가오중 전혜옥 교장 선생님과 정재석 감독 교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 붙였다.
이승훈(오른쪽)이 팀 동료 권종찬(왼쪽)과 함게 복싱 대련 포즈를 취하고 있다.금상진 기자 |
이승훈은 "기회가 된다면 올해나 내년쯤 국제대회를 경험하고 싶다. 외국 선수들과 경쟁하다 보면 나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꾸준히 대회 경력을 쌓다 보면 언젠가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의 기회도 올 것이다. 비록 인기 종목은 아니지만, 한국 복싱에 내 이름 석 자는 꼭 새겨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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