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되돌아보는 2022년 지역문화계 이슈 'TOP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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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되돌아보는 2022년 지역문화계 이슈 'TOP 5'

  • 승인 2023-01-03 14:54
  • 수정 2023-01-03 23:37
  • 신문게재 2023-01-04 9면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2023년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2022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침체를 겪었던 지역 문화계가 서서히 기지개를 켠 재도약의 원년이었다. 객석 띄어 앉기와 해외 입국자 격리면제 등 공연계는 물론 문화계 전반의 활황이 돋보였다. 기본계획 수립 이후 12년 만에 행정수도를 대표할 세종예술의전당이 문을 열었고, 우리나라 공립미술관 최초로 대전시립미술관의 열린수장고가 개관했다. 17개 특·광역시 중 마지막 주자인 대전음악창작소가 장소 부적합 논란을 딛고 지난달 전격 오픈해 지역 대중음악계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역 유일의 대형 향토서점 계룡문고가 폐점 위기에 놓이면서 향후 거취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낳았던 반면, 전국에 단 3곳만 남아있는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이 민간아트홀로 새롭게 탄생했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 지역 문화계의 주요 뉴스를 되짚어 본다. <편집자 주>

열린수장고1실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1전시실.<출처=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2실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2전시실에 안치돼 있는 백남준의 '프랙탈거북선' 완전체 모습.<출처=대전시립미술관>
▲전국 공립미술관 최초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개관
국내 공립미술관 최초로 건립한 대전시립미술관이 2022년 10월 4일 문을 열었다. 2017년 건립계획을 시작해 준공까지 5년 만에 탄생한 열린수장고는 연 면적 2654㎡ 규모로 미술관 입구 옆 둔산대공원 내 조각공원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지하 1층에 조성했다. 개방형 상설전시 공간은 1전시실과 미디어아트 거장 백남준의 '프랙탈거북선'을 안치해 놓은 2전시실이며, 소장품 보존과학실과 훈증실, 재료보관실을 배치한 3실 비개방 공간으로 구성했다.

'프랙탈 거북선'은 1993년 대전엑스포 당시 재생조형관에 설치한 초대형 뉴미디어 작품으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이 소장 중인 '다다익선'(1988년 제작)에 이은 국내 두 번째로 큰 백남준 작품이다. 1920년대부터 제작된 300여 대의 TV와 전화기, 축음기, 폴라로이드 카메라, 토스트기, 라디오 등 작가의 선구적 시각과 지구환경에 대한 철학을 담았다. 대전엑스포 성공 개최에 상징적인 조형물로 큰 공을 세우며 각인됐으나 한때 방치되면서 폐기 위기에 처했으나, 백남준의 예술적 동반자로 한평생 손발을 맞춰 온 이정성 아트마스터의 존치 요구와 1억 원에 달하는 철거비용 문제가 맞물리면서 보존으로 가닥이 잡혔다.

열린수장고 1실은 1357점의 수장품 중 73점을 1차로 공개한 개관전 '예술의 자리'를 3월 31일까지 전시, 주기적인 작품 교체를 통해 다양한 소장품을 대중에 선보일 예정이다. 2실에 전시한 프랙탈거북선은 하루 2시간(오후 2시~4시)씩 가동한다.



세종예당-1
세종예술의전당 전경.<출처=세종시문화재단>
세종예당-2
세종예술의전당 공연장.<출처=세종시문화재단>
▲'세종예술의전당' 개관… 행정수도 문화예술 대표기관으로
2010년 기본계획 수립 12년 만에 세종예술의전당이 '대한민국 새 대표공연장' 비전으로 2022년 3월 30일 문을 열었다. 세종시 나성동에 들어선 세종예당은 전체 부지면적 3만5780㎡에 지하 1층과 지상 5층 규모로 총사업비 1057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객석은 총 1071석(1층 751석, 2층 320석)으로 대극장과 첨단 사양의 무대와 음향을 갖췄으며, 공연의 특성에 맞는 소리를 만들어주는 잔향 가변시스템과 513개의 무대조명회로를 통해 수준 높은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2026년까지 나성동 인근 문화시설용지에 300석 규모의 소극장과 전시공간 조성 등 '소규모 복합문화공간'을 확충할 예정이다. 운영은 세종시문화재단 공연사업부가 총괄하며, 김종률 대표이사와 최대원 본부장을 필두로 총 27명의 전문가로 구성했다. 공연장 이름을 놓고 애초 '세종아트센터(가칭)'로 사용했으나 시민 설문조사 결과 세종의 도시인 만큼, 한글 느낌이 담아야 한다는 여론으로 지금의 이름으로 결정됐다.

개관 첫해 라인업으로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신세계', 유니버설발레단 '돈키호테', 국립오페라단 '라트라비아타', 국립합창단 '나의 나라', 국립현대무용단 'HIP合', 국립정동극장 '적벽', 국립발레단 '호두까기 인형' 등 국립예술단의 초청공연을 선보였다. 뉴욕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파리나무십자가, 윤이상국제콩쿠르 수상자,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등 국내외 유수 공연들을 지역 무대에 올려 행정수도를 대표할 문화예술기관 위상을 확인했다.

대전음악창작소공연장
대전음악창작소 공연장.<출처=대전시>
대전음악창작소연습실
대전음악창작소 연습실.<출처=대전시>

▲장소 부적합 논란 딛고 문을 연 '대전음악창작소'...지역 음악산업 메카로
국내 특광역시 가운데 마지막 주자로 나선 대전음악창작소가 장소 부적합 논란을 딛고 2022년 12월 17일 개소했다. 2021년 6월 건립 초기부터 부지 선정에 따른 지역 음악계와 지자체 간 엇박자를 보이면서 애초 일정보다 1년 3개월가량 오픈이 늦어졌다. 대전 중구 대흥동 믹스페이스(옛 대전극장) 건물 지하 2·3층의 2295㎡ 부지에 조성한 대전음악창작소는 녹음실과 합주실 각 2개와 교육실, 사무실, 포토존, 분장실, 대기실 등에 이어 기존 극장 때 남아있던 500석 객석 그대로 공연장으로 조성, 국·시비(1:1 매칭) 20억 원이 투입됐다.

 

올해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며, 공식 홈페이지 사전 예약을 통해 시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운영할 방침이다. 장소 부적합 논란과 관련, 연간 1억 원가량의 과도한 건물 임대료가 지적되면서 시작됐다. 전체 운영비의 절반가량이 월세로 빠져나가게 되면서 '창작 산실'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못한 데다, 대규모 공연장으로 인한 연습과 공연 기능의 상충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7월에는 민선 8기 대전시장직 인수위원회의 '장소 재검토' 지적되면서 대전콘텐츠코리아랩(첨단과학관 남관) 1층과 대전통일관 등이 거론되면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계룡문고로비
계룡문고 전경.<사진=한세화 기자>

▲지역 유일의 대형 향토서점 '계룡문고' 퇴출 위기

지역의 독서문화를 견인해 온 계룡문고가 공간 사용료를 둘러싸고 건물주인 대전테크노파크와의 마찰을 빚으면서 퇴출 위기를 맞았다. 과거 '문경'과 '대훈'서적의 계보를 이어 26년간 지역 향토서점 명맥을 유지해온 만큼, '시민들의 사랑방' 소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대전 중구 대흥동 대전테크노파크(대전TP) 지하 1층 1260.33㎡ 부지에 자리한 계룡문고는 코로나19로 인한 매출손실로 임대료와 관리비를 미납했다. 앞서 대전TP 측은 경영악화를 고려해 지난해 3월까지 1년간 임대료 절반 감면 혜택을 부여했고, 4월부터 원상복구 요구를 계룡문고 측에 전달했다. 감면 혜택을 유지해달라는 서점 측과 다른 입주 기관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는 대전TP 측의 엇갈린 입장은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졌다. 계룡문고 존폐 위기설은 지역사회 전체로 번졌고, '지역서점 살리기' 위한 자구책 마련으로 지난달 27일 서점계를 비롯한 교육·도서관·지자체 토론의 장을 통해 문화의 한 축으로써 지역의 독서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공유했다. 

동양척식대전지점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출처=CNCITY마음에너지재단>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건물 '민간아트홀' 재탄생… 100년 만에 시민 품으로
대전 동구 인동에 남아있는 근대건축물 '동양척식주식회 대전지점' 건물이 2년간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2022년 12월 30일 준공식을 올렸다. 1922년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경제수탈 기관으로 지은 지 100년이 지난 올해 시민들의 문화예술 향유 공간으로 재탄생한 만큼, '진정한 광복' 의미를 담아 본격적인 민간아트홀 시대 신호탄이 될 거라는 전망이다.

앞서 2019년 9월 동양척식주식회사 대전지점 건물을 매입한 CNCITY 에너지는 2021년 4월 소유주 변경 신고를 마무리했다. 당시 증축 부분까지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상태였으며, 공간 활용과 역사적 조명을 위해 덧댄 부분은 철거했다.

공간은 국가문화유산 지정 취지를 담은 '헤레디움'으로 이름 짓고, 미술작품 전시를 비롯한 문화예술 공간으로의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1·2층을 합친 829.45㎡(250여 평)로 크지 않은 공간으로 70여 명의 관객을 수용하도록 조성, 실내악이나 단독 소규모 연주회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아트홀 조성을 놓고 지역 문화계는 희소가치가 높은 국가등록문화재인 만큼, 건물의 역사적 가치와 상징적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동양척식 건물은 대전을 비롯해 목포와 부산까지 단 3개만 남은 상태다. '치욕스러운 역사도 역사'라는 점을 상기해 우리나라 근대역사의 생생한 현장으로 남은 공간을 기록·조명해 역사적 공간 활용의 당위성을 각인시키는 움직임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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