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2역사공원 조감도. |
국가등록문화재인 철도보급창고를 해체하지 않고 온전하게 이축(移築)하기로 했지만, 내부 활용계획이 없어 관련 부서의 빠른 협업과 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신안2역사공원(동구 신안동 232-4번지 일대)은 1월 현재 철거 작업이 99% 이상 완료됐다. 목욕탕 1채만 남았는데, 지하에 남은 폐유를 처리하면 곧바로 철거될 예정이다. 총사업비의 87%가 투입됐던 보상도 완료됐다. 일부 소송이 진행되기도 했으나 공탁금을 걸어둔 상태여서 사실상 행정절차는 완료됐다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현재 로드맵대로 진행된다면 올해 10월께는 시민들에게 개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모호한 정체성이다.
신안2역사공원은 당초 철도박물관 부지였다. 지난해 전국 11개 시·도가 유치 과열 양상을 빚자 결국 국토교통부가 사업 추진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대전시는 철도박물관 1관 예정 부지에 철도 테마의 신안2역사공원 조성으로 전환하고 1년 동안 사업을 추진해 왔던 셈이다.
그러나 철도보급창고를 제외하고는 철도와 관련된 이른바 독창성(Originality) 있는 시설물이 전무하다. 대전시가 그리는 계획을 보면 공원 내부에는 레일로드, 철도광장, 플랫폼, 열차전시마당, 디오라마전시관(철도보급창고) 등이 들어선다. 대략적인 그림은 나왔으나 조감도를 살펴봐도 철도 콘셉트의 공원임을 한눈에 알아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2021년 5월 강풍에 훼손된 철도보급창고 모습. 사진=이해미 기자 |
대전시 관계자는 "철도보급창고는 여름 전에 이전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에서도 원형을 보존하는 것에 무게를 뒀다"며 "문화재 이동기술을 활용해서 원형 보존 상태로 약 600m를 이동해 대전역 동광장에서 신안2역사공원으로 옮겨질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옮겨지는 철도보급창고 내부 또한 명확한 활용법이 없다. 현재 디오라마(diorama)전시관으로 명명돼 있으나 시 내부에서도 디오라마전시관이 갖는 의미나 콘셉트를 이해한 곳은 없었다.
지역의 한 인사는 "철도 테마공원인데, 철도보급창고가 핵심시설물이라니 테마 역사공원으로 볼 수 있을지 판단이 어렵다"라며 "모호한 콘셉트를 탈피할 수 있도록 신안2역사공원의 정체성을 확립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 관계자는 "대전역과 철도 관련 시설물을 포함하는 열린 광장으로 간다. 디오라마 전시관은 관련 부서와 협의해 활용법을 찾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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