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만 메디컬숲 동물병원 원장 |
누가 내 이름을 지어 주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부르고 있어서 내 이름이 '바우'구나 하고 생각하게 됐다. 사실 태어났을 때 엄마의 젖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했었던 것 같다. 엄마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면서 언제나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제 나에 대해 소개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내 털 색이 나의 서투른 표현력을 닮아서 깜깜한 색인 걸까?
하여간 나의 온몸은 검은색인데 가슴과 손발에 흰색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 있다. 나는 이것이 나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 사람들은 내가 순수 혈통이 아니어서 그런다고 쑥덕거린다. 나의 겉모습이 뭐 그리 중요할까? 사실 겉모습보다는 나의 생각, 행동, 철학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개가 무슨 철학이 있냐고? 앞으로 내가 얼마나 많은 단어를 쏟아내는 동물인지 알게 되면 독자 여러분은 나의 매력에 매료되어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내 생각의 향기는 장미보다 진해서 세계 어디에서나 맡을 수 있고, 내 영혼의 순수함은 이슬보다 영롱하고 깨끗해서 우주의 어느 곳에서라도 내 존재를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내 칭찬이 좀 과했나? 나는 생각이 많은 것 같다. 코카스파니엘 품종인 엄마를 닮아서 그런 걸까? 아빠는 누구인지 모르겠다. 그것도 태어나서 한 달만 친엄마와 생활하고 새로운 엄마 아빠한테 입양됐기 때문이다. 이것이 나의 운명 아니 개의 운명이라면 받아들일 수밖에…. 그렇다. 내가 다른 개들과 너무나도 다른 이런 운명을 타고난 것이라면 분명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모자 쓴 '바우' |
/김종만 메디컬숲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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